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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확' 달라진 신문광고 시선집중

입력 | 2002-01-29 18:42:00


‘얇고 가볍게 세상을 유혹한다.’

삼성전자의 노트북컴퓨터 ‘센스Q’의 신문광고에 실린 카피는 단 한 줄. 제품의 장점을 장황하게 설명한 기존의 컴퓨터 광고와 달리 극도로 절제된 카피를 내세워 신세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인 노트북을 전통 수묵화와 연결한 ‘매난국죽(梅蘭菊竹)’ 광고 시리즈는 제품 사진을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틈에 감춰놓는 식으로 처리해 언뜻 보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그러면서도 센스Q를 각각 매화 줄기, 가느다란 난초 잎, 국화 옆의 나비, 대나무 줄기로 표현해 얇고 가벼운 특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정보전달 기능에 치중한 탓에 때로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었던 신문광고가 최근 TV CF화면 못지 않게 감각적인 디자인과 화려한 지면 구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여백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광고 문구를 나열하는 ‘아날로그형’ 광고는 이제 뒤쪽으로 밀려난 상태. 요즘은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비주얼과 알 듯 모를 듯한 카피로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씨그램코리아의 위스키 ‘윈저 12’ 광고는 매혹적인 여성 모델의 신체곡선을 부각시켜 술병과 주당(酒黨)을 전면에 등장시키곤 했던 기존 술 광고와 차별화했다. ‘속삭이듯 다가오는 유혹의 숨결’과 같은 관능적인 카피도 광고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은밀한 유혹’을 컨셉트로 정한 이 광고는 편마다 여성모델의 얼굴 가운데 일부분만을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SK텔레텍의 휴대전화 단말기 ‘SKY’ 광고는 벨소리의 독특한 매력과 음질을 강조하기 위해 북 기타 등 악기를 제품 배경으로 활용하는 색다른 디자인을 시도했다.

나이키코리아가 월드컵 마케팅의 일환으로 작년말 선보인 신문 광고에는 나이키의 로고와 브랜드가 없고 몇 줄의 카피와 나이키의 월드컵관련 사이트 주소만 실렸다.

현대홈쇼핑이 개국을 전후해 내보낸 인쇄광고는 여성 모델의 목걸이에 ‘On-Air(방송중)’라는 짤막한 카피만 게재해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효과를 노렸다.

광고업체들이 이처럼 신문광고의 변신에 나서는 것은 인터넷 보급으로 상품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종전과 같은 서술형 방식으로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진 신세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

제일기획 정재명 국장은 “인쇄광고의 기능이 제품선전 일변도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바뀌면서 아이디어와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