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인 ‘노근리 사건’ 때 발포명령을 거부한 미군 병사를 소속 부대 상관이 처형하려 했다는 증언이 당시 피란민들에게 발포했던 부대의 부대원에게서 나왔다.
이는 노근리 사건이 미군의 조직적인 명령체계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런 사실은 1950년 7월26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사건 당시 미군 제1기갑사단 제7기갑연대 2대대 중박격포중대 소속 부대원이었던 조지 얼리(68·미 오하이오주 톨레도 거주·당시 16세)가 14일 당시 총상을 입고 살아난 서정갑(徐廷甲·64·영동군 영동읍 주곡리·당시 12세)씨에게 보낸 사죄편지에서 밝혀졌다.
얼리씨는 노근리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AP통신 최상훈(崔相焄) 기자를 통해 이날 서씨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당시 총상을 입고 쓰러진 당신을 인근 병원으로 옮기긴 했으나 당신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52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당신이 당한 일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죄했다.
그는 또 “당시 나는 중대장으로부터 민간인에 대한 기관총 사격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처형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며 “당신에게 총을 쏜 병사는 중대장의 보디가드였다인 브루노로 그는 이후 다른 부대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밝혀 노근리 사건이 상부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편지를 받은 서씨는 “노근리 사건으로 할아버지와 여동생을 잃은 아픔을 안고 50년이 넘게 살아왔는데 이제라도 당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용기 있는 모습에 감사한다”며 “한국과 미국 정부는 참전군인에 의해 이런 증언이 나온 만큼 이 사건을 철저히 재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해 1월 노근리 공동조사 발표에서 민간인에 대한 사격명령 하달 여부는 증언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이번 참전군인의 편지로 이 사건에 대한 진실 재규명 작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영동〓장기우기자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