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7일 건강보험재정통합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했으나 유예 기간을 1년으로 할 것이냐, 2, 3년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옥신각신하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틀째 4인 회담〓이날 오후 1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민주 한나라당의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이 회동해 이틀째 4인 회담에 들어갔으나 협상은 20분 만에 결렬됐다. 결렬 직후 여야는 “정치권이 혼란을 방기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먼저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우리 당이 재정분리에서 3년 유예로, 다시 2년 유예로 거듭 양보안을 냈지만 민주당은 1년 유예안에서 변화가 없었다”며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사태는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가 지난 2년 동안의 준비기간 중 아무 것도 못했는데 1년 안에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일정수준으로 높이고 보험료부과체계의 일원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는 “재정통합을 주장하던 한나라당이 4월부터 갑자기 입장을 바꿔 분리를 주장했다”며 “통합·분리 논의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담배부담금을 150원으로 인상해 건강보험재정을 충당하는 국민건강증진법개정안 처리가 시급하기 때문에 통합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1년 유예안을 내놓았을 뿐이라고 ‘속내’를 내보이기도 했다.
▽한-자 공조 불발〓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국회 법사위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자민련과 공조해 2년 유예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실제로 이재오 총무와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는 26일 전화접촉을 통해 법사위에서 ‘2년 유예 수정안’을 공조 처리하는 문제를 상의했다는 후문. 자민련이 2년 유예 수정안을 제안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는 식으로 법안을 처리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헌기(朴憲基) 법사위원장이 김학원 총무와 접촉에 나섰으나 정작 김 총무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무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유예안에 합의해오면 찬성할 용의는 있지만 자민련이 앞장서서 ‘밥상’을 차리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사위 소집도 무위로 돌아갔다.
▽난감한 정부〓정부는 재정통합을 5일 앞둔 상황에서 국회가 여전히 오락가락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통합이든 유예든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여야 협상 결과 뒤늦게 건보재정통합이 유예될 경우 건보재정 대책을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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