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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사설]실업사태 낙관하지 말라

입력 | 2001-12-24 18:22:00


작금의 심각한 실업상황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걱정스럽다.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실업률을 올해보다 낮은 3.5%로 전망하고 있으나 이는 날로 악화되는 취업난과 실업사태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최근의 경기회복 조짐과 이에 따른 일부 연구기관들의 다소 낙관적인 내년 경제전망을 토대로 한 실업률 전망치는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해 정책적인 착오를 부를 우려가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침체와 반도체 가격 폭락 등으로 심한 불황을 겪었으나 정부는 올 실업률을 당초 예상치인 4%대보다 훨씬 낮은 3.7%로 추정하고 있다. 8개월 연속 수출 감소와 산업생산의 감소 등 불황이 이어진 경제치고는 실업률이 이상하게도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실업률 하락이 일자리가 늘고 실업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의 실업통계가 맞다면 대졸자들이 직장을 못 구해 전전긍긍하는 오늘의 대학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최근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은 한계 상황을 이미 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많은 대학생들이 휴학을 신청해 그 비율이 서울 소재 대학은 30∼40%, 지방 대학은 50%에 이른다고 하는데 실업률은 낮아지고만 있으니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실업통계가 아닌가.

이런 실업통계의 착시(錯視)현상은 최근 더 심각해져 경기침체가 악화되는데도 실업률이 되레 하락하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직장을 구하려고 노력하다가 취직이 도저히 불가능해지자 군에 입대하거나 학교에 주저앉은 구직 단념자들이 늘어난 탓으로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실업률은 낮아진다.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되는 통계기준도 문제다.

내년 경제의 회복 여부도 현재로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일부의 낙관적인 전망이 주식시장의 회복세와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경기활황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이런 금융장세만으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나마 대부분 최근의 엔저나 아르헨티나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에 나온 전망이다.

실업통계가 실업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정확히 파악하여 이에 따른 실업대책도 다각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실과 동떨어진 실업통계 작성작업에 대한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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