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여름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
반소매 티셔츠가 인기 상품이 되고 비키니 수영복도 한창 때 못지 않게 팔린다. 얼음조각을 넣어 ‘석석’ 비벼먹는 여름철 음식 비빔면의 신상품 출하시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난방이 좋아지면서 실내가 따뜻해진데다 따뜻한 나라를 찾는 해외 여행도 빈번하고 스키와 수영 인구의 급증 등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졌기 때문. 여기에 여름철 성수기를 대비한 목적 구매가 보편화되면서 ‘계절 상품’이란 개념이 조금씩 퇴색하고 있다.
▽계절 잊은 의류들〓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www.interpark.com)가 공동구매행사 중인 ‘흰색 반소매 라운드 3종 세트’는 일주일만에 413명이 구매했다. 이 쇼핑몰 관계자는 “싸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해가 갈수록 겨울에도 반소매 티셔츠가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겨울용 반소매 티셔츠도 등장했다. 여름보다는 팔의 길이가 조금 길고 약간 두툼할 뿐 반소매이다. 반소매 티셔츠와 긴소매 가디건을 세트로 한 ‘트윈’ 제품도 인기다.
멀티캐주얼 브랜드 퀵실버 관계자는 “여름용보다 20% 가량 더 비싼데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반소매 티셔츠를 이용한 코디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내 수영인구가 늘어난데다 해외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수영복도 여름상품이란 꼬리표를 조금씩 떼고 있다. 사철 내내 백화점 수영복 매장에는 비키니 수영복이 전시되고 고객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주말에는 수영복이 거의 여름 수준으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경백화점이 이달 말까지 여는 수영복 유명 브랜드 이월 상품전은 반응이 뜨거울 정도.
▽여름용품들〓스키 매니아가 늘면서 자외선을 막아주는 선블럭 화장품도 여름 수준으로 팔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오휘 관계자는 “선블럭이나 화이트닝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15% 정도를 차지하는데 겨울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뉴코아 강남점은 요즘 선블럭 화장품과 선글라스가 여름 성수기의 80% 가량 팔린다고 밝혔다.
여름 피크닉 용품도 꾸준히 판매되는 제품. 파티문화와 스키장을 찾는 이들이 늘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 삼성몰(www.samsungmall.co.kr)에서는 요즘 그늘막 텐트와 바비큐 그릴이 하루 10대 수준씩 팔린다.
▽가전〓 알뜰한 이들에게 겨울은 에어컨 장만할 때다. 겨울철에는 물건도 많을 뿐아니라 가격도 싸다. SK디투디(www.skdtod.com)는 17일부터 ‘에어컨 예약 판매전’을 연다. 10% 정도 싸고 9개월 이상 장기 무이자 판매도 실시할 계획.
뉴코아 강양택영업팀장은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여가가 늘면 계절상품이 점점 사라질 것”이라며 “N세대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이같은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