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 김형윤(金亨允·53) 전 경제단장을 소환 하루만에 전격 구속한 사실은 역설적으로 검찰이 지난해 12월 김 전 단장의 금품수수 혐의를 잡은 뒤 장기간 수사를 중단했던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검찰은 본보가 이 사건 의혹을 보도한 이후 되풀이해서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수감중) 부회장에게서 김 전 단장에게 5500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주요 참고인들의 소재 파악이 안돼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올해 2∼3월 주요 참고인 4명 가운데 2명을 불러서 조사를 했지만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김 전 단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다른 참고인 2명의 경우 당시 외국에 나가 있었거나 연락이 안돼 소환 조사를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너무 궁색할 뿐만 아니라 수사 전례에 비춰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다.
여러 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는 특수부 출신의 한 검사는 “대형 사건에서 돈을 직접 준 사람의 자백이 있는데 참고인 조사가 안돼 돈받은 사람을 장기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특수부 수사의 ABC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온 국민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던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 사장의 불법대출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 부회장이 제3자를 거치지 않고 돈을 직접 줬다는 자백을 했는데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데는 어떤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검찰은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는 9월18일자 본보 보도가 나간 지 채 20일도 지나지 않아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치고 김 전 단장을 구속했다.
특히 검찰은 김 전 단장을 소환한지 하루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소환 직전까지도 “결백하다”고 버티던 김 전 단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기회도 포기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보도가 나가고 수사가 속전속결된 일련의 과정이 고의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KDL 정사장의 불법대출 사건의 최대 관심사는 이 부회장 등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었으나 수사 결과는 금융감독원 국장과 청와대 8급 직원의 사건 연루 사실을 밝히는데 그쳤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계속 정관계 로비 부분에 대한 수사를 할테니 기자 여러분들이 잊어버리면 안된다”고 말했었다.
한 법조인은 “보도가 없었으면 김 전 단장의 구속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당시 수사결과 브리핑은 ‘공언(空言)’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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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보물선' 이달중 진위 판가름▼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의 ‘제1 재료’로 사용됐으며 최근 김형윤(金亨允·53·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씨가 구속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전남 진도의 ‘보물선’이 실재하는지의 여부가 이르면 이달 안에 판명될 전망이다.
3월부터 현지에서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는 전남 여수의 전문건설업체 ㈜해양산업측은 “진도군 임회면 굴포리 죽도 앞바다의 물막이 공사가 거의 끝나 다음주부터는 물퍼내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이민석 사장(49)은 “기후조건에 변수가 없는 한 4∼5일이면 물퍼내기를 마치고 곧 바로 굴착기(포클레인)를 현장에 투입해 본격적인 발굴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진도군으로부터 받은 공유수면 점용 및 사용허가 기간이 이달 말로 만료되지만 보물선이 정말 있다면 그 안에 세상에 실체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공사는 삼애인더스측이 공사주최이며 해양산업측은 시공회사로 전체 발굴공사 비용은 16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문제의 ‘보물선’매장설은 93년 “함포 탄피 25개에 금과 다이아몬드 루비 등을 채워 해저동굴에 넣고 입구를 폭파시켰다”는 일본군 장교출신 하야시의 유언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제 금괴가 존재하더라도 엄밀히 따지면 ‘보물선(船)’이 아니라 ‘보물더미’인 셈.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예금보험공사 전무)씨는 지난달 27일 국회재경위 국감에서 삼애인더스 대표 이용호(李容湖·구속)씨에게 발굴업자 오모씨(34·전남 진도군)를 소개, 발굴사업권을 넘겨받도록 해 준 사실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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