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라는 환경변화와 대형 종합병원의 틈바구니에서 동네의원이 생존을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인천지역 의료계에 ‘전문의 개원열풍’이 불면서 여러 진료과목 전문의가 한 건물에 입주하는 ‘집단화’와 단독개업하더라고 특정분야 진료에 집중하는 ‘전문화’, ‘고급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과거와는 달리 ‘남보다 튀는’ 전략을 세우는 등 마케팅에도 남다른 열성을 쏟고 있다.
▽전문병원〓대학병원과 경쟁할 정도의 전문성과 장비를 갖춘 동네 의원을 일명 ‘단과 3차 전문병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인천 부평구 산곡5동 현대백화점 건너편에 있는 다인이비인후과는 호텔식 인테리어를 갖추는 등 대학병원에 버금가는 수준의 시설과 3명의 전문의를 보유한 전문병원. 이 병원은 코블레이터(coblator)라는 기구를 도입, 코골이를 전문 치료하고 있다.
폐쇄성 수면중무호흡증인 ‘코골이’로 남몰래 고민하는 고교생을 위해 ‘수험생 코골이 환자’를 전문 치료하고 있다.
박하춘원장(45)은 “코골이 증세가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의력 산만, 우울증, 조급증, 정력감퇴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이 분야를 중점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등의 치료를 위해 주치의 제도를 도입했다.
박원장은 “환자가 오기 편하고, 온 환자를 아프지 않게 치료하고, 치료받은 환자는 빨리 낫게 하는 것이 병원 운영의 3대 원칙”이라고 말했다.
부평 정안과병원은 가을철 환절기에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위해 눈 관리방법과 점안제 사용법 등을 수시로 강의하는 안과 전문병원.
인천 남구 주안8동 두리신경외과는 대형 물리치료실을 갖추고 척추질환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척추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집단화추세〓대학병원이 ‘백화점’이라면 개인병원은 ‘구멍가게’에 불과하다. 그러나 각 분야의 개원의가 연합해 한 건물에 집단 입주, 종합병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 동아아파트 앞에 신축된 두손빌딩과 BYC빌딩에는 피부과, 비뇨기과, 내과, 안과, 소아과 등 10여개 진료과목 전문의가 차례로 입주해 이달 중순부터 환자들을 받을 예정이다.
부평구 부평동 부평역 일대에도 이같은 성격의 병원들이 몰려있다.
▽이색 마케팅〓인천 부평동 MD치과병원 의사, 간호사 등 10여명은 이어폰을 귀에 꼽고 치료하고 있다. 병원이 ‘1시간 대기에 5분 진료’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이어폰을 통해 필요한 의료진을 호출하기 때문. 또 코디네이터가 환자가 오면 말벗도 해주고 손톱도 손질해 준다.
이 병원 김영훈원장(44)은 “급변하는 의료환경에서 살아 남으려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역특성에 맞는 의료와 고객만족 서비스를 통해 대형 종합병원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동인천길병원 이수찬원장(42)은 치료받은 환자에게 3년째 안부와 건강을 묻는 편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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