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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이용호 게이트]누구말이 거짓말인가

입력 | 2001-09-23 18:26:00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검찰 및 정관계 전방위 로비의혹’ 수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검찰간부는 23일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여론의 기대는 높은데 수사진행 상황은 더디고 뚜렷하게 나오는 게 없어 초조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자진해서 특별검사에게 넘겨주는 것이 좋겠다’는 체념 분위기마저 일부 느껴졌다. 수사가 그만큼 답보상태라는 뜻이다.

▼사설▼

- 수사의지가 관건이다

▽이씨 금융비리 및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시추공은 충분히 뚫어 놓았다. 그러나 석유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은 20일 이상 이씨와 이씨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이씨가 대부분의 거래를 현금과 가차명으로 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회사 자금의 대부분을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했기 때문에 꼬리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관계 로비의혹이 집중된 삼애인더스 전환사채(CB)의 경우도 명의상의 주인을 찾으면 “내가 직접 투자했다”고 하는 바람에 실제 소유자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씨와 이씨의 로비를 일부 대행한 것으로 알려진 여운환(呂運桓)씨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수사팀의 속을 태우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씨와 여씨 모두 진실을 털어놓는 쪽과 그렇지 않는 쪽 중 어느 것이 자신에게 이로운 지를 철저히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어차피 성급한 여론의 기대에 맞추는 것은 어렵게 된 만큼 시간을 충분히 갖고 천천히, 있는 그대로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별감찰본부 수사〓검찰내부 비호세력 여부에 대한 수사는 주말을 고비로 본격화하고 있다. 22일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23일에는 이씨와 여씨 등을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급진전하는 듯한 수사의 ‘외형’과는 달리 그 ‘내용’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에서 큰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관련자들의 해명을 종합해 보면 지난해 5월 이씨 사건 수사 당시 지휘라인 중 누군가의 경험부족과 판단 잘못으로 이씨가 풀려났고 이로 인해 오해가 증폭된 것이 사건의 실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야조사가 예상됐던 임 고검장이 소환 8시간만에 귀가하면서 “일부 언론이 무책임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버럭 화를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지휘라인에 있던 누군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고의적인 선처를 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감본부 관계자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임 고검장 등 당시 지휘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한 재소환과 대질신문의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 같다.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