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해외 무대’에 빨간 불이 켜졌다.
국내 주요 종합상사들은 올해 수출목표를 연초 계획보다 10% 이상 줄이고 비용을 아끼기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해외건설업체들도 수주목표를 연초 80억달러에서 40% 감소한 48억달러로 재조정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종합상사〓삼성물산은 24일 반도체 컴퓨터경기 침체가 올 하반기에도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수출목표를 당초 280억달러에서 23% 줄인 215억달러로 수정했다.
LG상사는 상반기 수출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하고 하반기에도 크게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수출목표를 연초 140억달러보다 10% 정도 줄였다.
SK글로벌도 상반기 수출이 작년 상반기(28억6000만달러)보다 7000만달러가 감소한 27억9000만달러에 그치자 수출목표를 당초 60억달러에서 54억달러로 내렸다.
이는 지난해 실적과 비교해 10억달러나 줄어든 수치다.
7대 종합상사 수주액 추이
연도
수출액(달러)
증감률
(전년동기대비)
1998년
686억9900만
2.7%
1999년
736억1700만
7.2%
2000년
812억3600만
10.3%
2001년 1∼5월
259억9300만
-18.2%
(자료:한국무역협회)
수출 부진요인은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데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컴퓨터 경기가 시들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목표를 줄였지만 이마저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해외건설〓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올 들어 23일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22억900만달러(39건)로 작년 같은 기간 28억3300만달러(61건)의 78%에 그치고 있다.
부진 요인은 해외건설시장을 주도했던 현대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 동아건설 등 이른바 ‘해외건설 3인방’이 경영난으로 수주 활동에 적극 나서지 못한 탓.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매년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중 절반 가까이 따내왔으나 올해는 23일 현재 수주액이 전체의 16% 수준인 3억6000만달러에 불과하다.
한국 업체의 주력 시장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이 경제난과 정치 사회 불안 등으로 공사 발주가 거의 중단된 것도 원인이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수주 부진이 하반기에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 동아건설은 파산처분으로 더 이상 수주하기 어렵게 됐고 현대 대우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시장도 연내 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