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소비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알려야할 사안조차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등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 검사와 관련된 사안을 비롯해 금융소비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사이비금융업체에 대한 정보, 이미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사안까지 공개를 꺼리는 것.
이는 다른 영역에서 비슷한 업무를 취급하는 공정거래위원회나 통신위원회,국세청 검찰 등 기관의 태도와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금융기관 싸고돌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최근 발표와 실명표시 여부
날짜
발표 내용
실명 기재 여부(이유)
7월20일
은행들의 허위과장광고 적발
X(은행 신뢰도 고려)
19일
8개 손보사들이 8월부터 판매하는 자동차보험 상품에 대한 비교
X(특정 상품 홍보 우려)
12일
증권사의 기업어음 판매시 부당권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X(증권사 신뢰도 고려)
11일
S사의 주요주주가 자사 주식을 6개월 이내에 사고 팔아 단기매매차익을 거둔 것을 반환하라는 결정
X(혐의 미확정)
6일
원금,고수익보장한다며 자금모집하고 잠적한 13개 사이비금융업체
X(혐의 미확정)
3일
3월말 현재 은행 비은행 증권사들의 여신 건전성 현황
X(금융회사 신뢰도 고려)
2일
인터넷광고를 보면 컴퓨터를 공짜로 준다는 등으로 속인 24개 업체
X(혐의 미확정)
6월28일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지 않은 대주주에 대한 회사측의 소송 결과
X(해당자의 명예 고려)
16일
신한생명에 대한 검사결과 관련 임원 문책 내용
X(해당자의 명예 고려)
16일
유가증권 신고의무 위반회사의 위규 내용과 과징금
O(과징금은 관례상 실명 표시)
금감원은 지난 20일 12개 은행이 허위과장광고를 한 사실을 21건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은 △대출이자를 최고 14%이상 싸게 준다고 허위광고 △연대보증이 필요한 대출 상품을 ‘무보증’으로 표시 △실적배당 상품의 수익률을 확정금리 상품보다 1∼2% 높게 표시 등 소비자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악질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은행이름이나 상품이름은 “해당 은행의 신뢰도를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며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은 좋은 금융상품과 나쁜 상품을 구분할 수 없게 됐고, 혐의를 받은 은행은 반론권을 행사할 기회를 잃었다. 금감원은 특히 해당 은행에 대해 ‘관련 홍보물 폐기’수준에서 징계를 마무리,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난을 샀다.
또 19일 발표한 ‘자동차 보험 가격자유화 추진 결과’ 보도자료에서도 금감원은 보험회사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채 8월부터 시판되는 보험 상품을 분석,비교했다. 보험 상품을 선택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보험사 이름을 ‘특정 보험사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것. 금감원은 구체적인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는 “보험 대리점에 가서 문의하라”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을 되풀이했다.
금감원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이비 금융업체, 악덕 사채업자 등을 적발하고도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태도는 선량한 업체가 오해를 받게 하고 사기성있는 업체는 ‘익명’뒤에 숨어 계속 영업을 하게끔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김주영변호사는 “금감원은 다른 검사기관에 비해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명예나 신용훼손의 문제가 없는 사안임에도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피해를 도외시하겠다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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