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와 법무부가 지방변호사회의 복수 설립 허용 등을 골자로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변호사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규개위 행정사회분과위원회에 대표단을 파견해 “변호사법 개정은 재야법조를 말살할 수 있는 개악적 처사”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발단〓규개위는 98년 각종 사업자 단체의 설립 및 운영을 자율화하고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취지에서 ‘사업자단체 규제개혁방안’을 추진해 왔다. 대상이 된 단체는 대한변협을 포함해 모두 155개.
규개위는 99년 대한변협과 각 지방변호사회의 복수 설립을 가능케 하고 변호사들의 가입을 자유롭게 하는 한편 변호사 등록권과 징계권을 법무부가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안을 국회에 상정했으나 변호사단체의 반대로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규개위안 내용 중에서 지방변호사단체 복수화 방안만을 남긴 변호사법 개정안을 규개위에 심사 요청했다.
▽쟁점과 논란〓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변호사 단체를 영리 목적의 사업자 단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변호사 단체의 복수 허용이 가져올 영향이다. 규개위는 소송 수임을 통해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변호사도 사업자이고 변협은 사업자 단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자신들을 ‘장사꾼’으로만 인식하고 변호사의 공익성을 부정하는 이 같은 발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변호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상 요구에 의한 직업으로 변호사회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요구되는 공익단체이자 인권옹호단체”라고 주장했다.
서울변호사회 이건호 변호사도 “변호사는 정의 실현과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국가의 책임 수행을 돕는 공익적 전문인(프로페셔널)이지 돈벌이만을 위한 전문기능인(스페셜리스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규개위는 지방변호사회를 복수화하면 경쟁을 통해 법률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변호사회 박찬운 변호사는 “전국적 단일조직인 법원과 검찰을 감시 견제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단체도 전국적 단일조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개위는 이 같은 변호사 단체들의 반발에 따라 13일로 예정됐던 법무부 개정안에 대한 결정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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