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서울 근교의 한 동원예비군 훈련장.
휴식시간에 ‘삐딱한’ 차림의 예비역 병장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전우애’를 다지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다름 아닌 주식과 채팅.
“어이! 김병장. 오늘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몇이지?”
“글쎄. 도대체 신문하고 TV를 볼 수 없으니 바깥 세상 이야기를 알 수가 있어야지.”
“휴대전화기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면 지수정보 정도는 알 수 있죠. 이렇게요.”
예비역 이병장은 몸소 휴대전화기를 꺼내 주가지수를 검색하고 ‘덤으로’ 휴대전화 채팅을 통해 만난 여자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여주었다.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던 한 예비역 병장이 입을 열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니까. 현역 때도 관심사는 ‘돈’과 ‘여자’였지. 무선인터넷만 달라졌을 뿐이야. 현역 장교들도 무전기 대신 휴대전화기를 들고 다니잖아. 이게 우리 군(軍)이 정보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때마침 지나치던 현역 장교에게 들켜 이병장의 휴대전화기는 퇴소때까지 ‘압수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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