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나오는 드라마 스타일의 뮤직비디오. 개성적인 발라드. 대중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뒤 얼굴 드러내기. 조성모 데뷔시절(1998년) 이야기인가. 아니다.
최근 ‘벌써 1년’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남성 듀엣 ‘브라운 아이즈’의 흥행 전략이다.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1년’은 한 달만에 판매 20만장 선에 다가서고 있다. 매니저 수첩을 봤더니 최근 거의 매일 1만장이 넘는 주문 숫자가 적혀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방송에서는 뮤직비디오와 노래만 나오고 있다. 뮤직비디오에도 이들은 짧은 순간 단역으로 나올 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소속매니지먼트사는 TV와 라디오 PD들의 출연 제의나, 신문의 인터뷰 제의를 간곡히 미루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뮤직비디오는 국내 뮤직비디오 감독 3인방 중 한 명인 차은택씨가 세계 단편 영화제를 겨냥해 제작했을 만큼 스토리 구조와 영상미가 빼어나다.
줄거리는 권투 선수들이 벌이는 링 위의 사투와 운명적인 사랑. 대만의 영화배우 장첸과 한국의 탤런트 김현주가 출연했다.
‘벌써 1년’은 심장 박동 같은 강한 리듬과 세련된 선율로 애상적 발라드와 차별화된다. 특히 멤버 윤건(24)과 나얼(23)의 절제된 보컬과 균형을 갖춘 화음이 여성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들은 ‘팀’ ‘앤썸’ 등 리듬앤블루스 그룹에서 각각 보컬로 활동할 때 수많은 기획자들이 재능을 인정했던 가수. 윤건은 수록곡 대부분을 작사 작곡했으며 직접 프로듀싱까지 할 만큼 재주꾼이고, 나얼은 음반 재킷과 의상을 디자인했다.
윤건은 “뮤직비디오로 인기 기반을 다졌지만 우리의 보컬과 음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팬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브라운 아이즈’의 얼굴 감추기는 7월말까지 계속된다. 이들은 8월초 TV에 얼굴을 드러내고 팬 사인회도 가질 계획. 이들이 ‘베일’을 벗은 뒤 어느만큼 인기몰이를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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