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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 다윈· 갈릴레이의 딸 사랑

입력 | 2001-06-06 20:17:00


지난주 영국에서는 병으로 고생하던 큰딸을 위해 다윈이 쓴 병상일기가 공개됐습니다. 다윈의 큰딸이었던 애니는 결핵으로 고생하다가 열 살 때 아버지 곁을 떠났습니다. 이 병상일기는 다윈이 ‘종의 기원’을 집필한 생가에서 10월까지 전시된다고 합니다. 과학뿐 아니라 인류의 사상 전반에 영향을 미쳤던 ‘종의 기원’보다는 딸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담긴 조그만 그 책이 전시회에 온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사에서는 부녀간의 사랑을 보여주는 또 다른 기록이 있습니다. 바로 갈릴레이에게 큰딸 첼레스테가 보낸 124통의 편지들입니다.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마음껏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다윈처럼 갈릴레이도 딸을 곁에 두고 사랑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7세기 이탈리아에서는 학자들이 대부분 결혼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갈릴레이 역시 가정부였던 마리나 감바에게서 두 딸과 아들 하나를 얻었지만 정식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생아로 태어난 여자는 결혼을 하지 못하게 수녀원으로 보내던 당시 관습에 따라 두 딸은 모두 수녀가 됐습니다.

첼레스테는 자신을 평생 수녀원에 갇혀 살게 만든 아버지였지만 변함 없이 사랑했다고 합니다. 갈릴레이 역시 첼레스테를 딸보다는 인간의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동료’로 여기고 편지를 통해 사사로운 일뿐 아니라 자신의 학문에 대한 의견까지 의논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후환을 걱정한 수녀원장이 첼레스테가 보관하던 갈릴레이의 편지를 모두 없애버리는 바람에 갈릴레이의 마음 깊은 속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사라져 학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1638년 갈릴레이의 마지막 제자였던 비비아니는 그의 시신을 4년 앞서 간 딸과 함께 묻어주었다고 합니다. 하늘에서는 더 이상 헤어지는 일이 없게 말입니다.

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