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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의 섹스&헬스]폐경기 여성호르몬 보충 성기능 향상

입력 | 2001-06-03 18:50:00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학은 단순한 질병 치료 뿐 아니라 노화에 따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남성과 달리 호르몬에 의한 변화를 민감하게 체험하는 여성들에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아마도 폐경일 것이다.

폐경기가 되면 생리가 변화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갑자기 온몸이 열로 달아오르는 듯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때로는 우울 증세까지 보인다. 이런 변화들은 결국 난소가 호르몬 생성과 조절 기관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고 서서히 기능을 소실해가기 때문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폐경이 성생활에 영향을 주는 과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성생활에 중요한 기관인 질, 음핵 등 여성의 외부 생식기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또 성욕을 주로 관장하는 남성호르몬은 난소의 기능에 영향을 받는다. 폐경이 되면 전체적인 성 호르몬의 감소로 우선 성욕도 떨어지고 질과 음핵의 조직이 변화해 성생활도 만족스럽지 못하게 되곤 한다. 또 질의 산도가 변해 자주 염증이 생기고 건조하게 되며, 혈액 공급도 이전만큼 원활하지 않게 된다.

결국 폐경으로 인한 삶의 질 감소에 더해 ‘질(vagina)의 질(quality)’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폐경기가 될수록 성기능 장애의 빈도는 높아지며, 60세 이후 여성의 80% 이상이 성기능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폐경기 증상 완화 뿐만 아니라 성 기능을 보완해주기 위한 호르몬 요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자궁암과 유방암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선입견 때문에 호르몬 치료를 꺼리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미 몇 십년 연구를 통해 호르몬 치료의 안전성이 증명돼 있다. 적절한 처방대로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만 받는다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은 것이 호르몬 치료다.

성의학 분야에서는 폐경기 여성의 성기능 장애 치료를 위해 여성 호르몬만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호르몬이 복합된 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는 것을 권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보조적인 치료 없이 호르몬 보충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상당히 개선되는 사례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하나(이화여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전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