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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경찰관등 무의탁노인 위해 보금자리 마련

입력 | 2001-05-18 18:35:00

건축가 이은씨 김테레사수녀 이범칠경위(왼쪽부터)


‘수녀님과 경찰관과 건축가가 땀흘려 이룩한 사랑의 보금자리.’

김테레사(김옥순·68) 수녀는 94년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병든 노인들을 위해 서울 도봉구 방학동 주택가에 ‘요셉의 집’을 열었다.

이름은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는 단독주택의 방 3개짜리 2층을 월세 60만원에 빌린 곳.

이곳에는 현재 치매 중풍 등에 걸려 대소변도 제대로 못 가리는 17명의 70, 80대 노인들과 12세의 정신지체아 1명 등 모두 18명이 김 수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다 숨진 노인만 지금까지 24명.

하지만 ‘요셉의 집’이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동네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정신이 성하지 않은 노인들이 사는 게 알려지면 동네 집값이 떨어진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주민은 “나쁜 병이 옮는다”며 노인들이 창문도 못 열게 하기도 했다. 또 건물이 낡아 여름엔 비가 새고 겨울엔 난방이 제대로 안돼 김 수녀를 안타깝게 했다.

성당에 다니는 아내에게서 김 수녀의 사연을 들은 도봉경찰서 수사2계장 이범칠(李範七·47) 경위는 노환으로 기동도 제대로 못하다 2년 전에 숨진 어머니 생각에 김 수녀와 노인들을 돕기로 했다.

이 경위는 지난해부터 수녀와 노인들을 위한 새 집을 지을 부지를 찾아 나섰고 한 신부와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공기가 맑고 나무가 우거진 도봉구 방학동 도봉산 자락에 터를 장만했다.

하지만 집을 지을 돈이 문제였다. 이때 도움을 자청하고 나선 이가 조이통나무집 대표인 건축가 이은(李O·41·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2동)씨. 95년 ‘요셉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이씨는 4억여원에 달하는 건축비를 1억5000만원의 자재원가만 받고 지난해 11월부터 건평 80평의 2층 통나무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씨는 3월부터는 아예 공사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집짓기에 정성을 쏟고있다.

이씨와 의기투합한 이 경위는 이달부터 도봉경찰서 112봉사대원인 의경 20여명과 함께 공사를 직접 도왔고 마침내 이달 말이면 새로운 ‘요셉의 집’이 탄생한다.

이 경위와 이씨는 주위의 칭찬에 “그저 좋아서 한 일인데…”라며 쑥스러워했다.

“병들고 오갈 데 없는 노인을 30분은 더 모실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는 김 수녀의 모습은 어린이처럼 순진해 보였다.

rati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