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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뛰어든 우정…친구 피신시키다 질식사

입력 | 2001-05-17 23:09:00


'친구는 용감했다.'

8명의 목숨을 앗아간 16일밤 경기 광주시 송정동 예지학원 화재현장에서는 친구들을 구하기위해 서슴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든 살신성인의 우정이 빛났다. 구조에 나섰던 소방관들은 동료 학생들의 이같은 노력으로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화재당시 4층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박정현군(21)은 '불이야' 소리를 듣자마자 불이 난 5층으로 달려갔다. 화재현장은 자욱한 유독가스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출입문 쪽은 불길에 휩싸여 친구들은 책상 밑에 엎드리거나 창문 쪽으로 몸을 피한채 어쩔 줄 몰르고 있었다.

박군은 정모(20) 김모(20)군 등과 함께 물에 적신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미처 대피하지못하고 있던 동료학생 10여명을 업고 밖으로 튀쳐나왔다. 박군은 구출작업 과정에서 화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또 5층 화재현장에 있는 휴게실에 있다 연기가 새나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여학생 최나영양(19)은 먼저 몸을 피하지않고 "불이야" 라고 고함쳐 동료들을 아래층으로 피신시켰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교실을 빠져나오지 못한채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다른 학생들도 소방관들이 오기전에 소화기나 양동이로 불을 끄는데 합세했다.

이 학원 양모(27)교사는 "연기 때문에 숨이 막혀 서있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많은 학생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길을 잡거나 소방관을 도와 부상한 친구들을 옮기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