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옴부즈맨 칼럼]유호열/재보선-MD계획 분석기사 평가할 만

입력 | 2001-05-04 18:27:00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꽤 쉽고 단순한 세상을 살았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급변하면서 기존 인식체계가 근본으로부터 흔들리고 있다. 정보화와 세계화, 남북화해의 새로운 흐름은 기존의 단순 방정식 해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을 도출해내고 있다. 이처럼 낯설고 어지러워진 세상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데 언론, 특히 신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주 동아일보 지면을 살펴보면 이런 시대적 요구에 대해 충실하게 답변했다고 할 수 있다. 4·26 재보선 선거결과에 대한 4월28일자 A3면 분석 기사와 사설('민심을 제대로 읽어라')은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갖는 국내정치 전반에 대한 의미를 뚜렷이 부각시켰다.

국회 개혁법안과 총리해임안 표결을 다룬 4월30일자 A4면 기사와 5월1일자 A1면, A3면 기사는 결과로서는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여야의 완벽한 흑백투표로 나타난 인권법안과 해임결의안에 대해 상세한 해설을 곁들여 분석함으로써 문제의 성격과 본질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동시에 4월30일자 사설('국회가 손가락질받는 이유')과 5월1일자 민병욱 논설위원의 동아광장('정치인만 행복한 나라'), 5월 2일자 사설('3당연합의 기만극'과 '껍데기만 남은 인권법')은 국내 정치의 파행과 모순에 대해 양비론적인 시각을 떠나 본질적 사안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정치상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태풍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대해서 5월2일자 A1면, A3면, A4면에 걸친 기사는 MD계획에 대한 사실보도와 함께 국제사회 및 우리 정부의 반응을 입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최대 우방인 미국의 정책결정에 대한 우리 입장 정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최근 남북관계가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면 아래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향한 활발한 움직임들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을 다룬 4월30일자 A1면, A3면의 기사들은 최근 북한의 대외관계, 특히 중·러 등 옛 동맹국들과의 군사적 협력 강화라는 측면을 적절히 부각시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대서방 외교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연합의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북에 대해서도 5월1일자 A8면의 해설기사를 통해 그 배경과 의미를 사전에 충실히 분석함으로써 2일부터 시작된 방북과정을 일반 독자들도 균형된 시각에서 관전 할 수 있도록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나 국제정세에 비해 남북문제 특히 국내정치를 보도함에 있어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지나치게 사실 보도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4·26 재보선 결과나 소위 3당연합의 모순과 국회의 변칙적 운영, 그리고 최근의 정국을 기사화하면서 간접적,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한다.

유호열(고려대 교수·북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