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族(민족) 國家(국가) 社會(사회)….
왕년에는 중학생 정도면 누구나 읽을 수 있었던 기초적인 한자들이다. 그러나 날고 기는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있다는 요즘 서울대 신입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심지어 신사(紳士)를 ‘신토’로 길조(吉兆)를 ‘길도’로 읽는 등 획수가 적은 한자를 틀리게 읽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대학생들의 학력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자 서울대가 내년부터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에 이어 국어과목도 평가시험을 치른 뒤 합격한 학생에 한해 정규 교과목 이수 자격을 주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서울대 권영민(權寧珉) 인문대학장은 15일 “신입생들의 한자 실력이 해마다 크게 떨어지고 기본적인 맞춤법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며 “대학생으로서 언어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어휘 문법 어문규정 한자 등 기본 소양을 검증하는 시험을 실시하는 방안을 대학 본부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권 학장에 따르면 고교 과정에서 배우는 한자 1800자로 구성된 교양 국어교재의 한자들을 읽지 못해 수업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이며 법대생들도 고시준비를 할 때 먼저 한자공부부터 시작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 또 대학입시에서 논술시험이 없어지면서 문장력이 크게 떨어지고 어문 규정을 무시하는 인터넷 언어의 영향으로 과제물에 소리나는 대로 적거나 음절을 줄여쓰는 등 맞춤법에 맞지 않게 쓰는 학생들도 크게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교양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를 모아 ‘대학 한자’를 부록으로 만들어 나눠주고 이번 학기 중간고사 때 별도의 한자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또 이번 학기부터 ‘국어 작문’ 과목을 ‘대학 국어’로 개편해 수업 시간도 주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고 학급당 인원수도 60명 이상에서 20∼40명으로 줄여 국어교육을 강화했다.
서울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국어 평가시험을 도입할 경우 이 시험에서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학생들은 보충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