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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형사재판 법정구속 잦아졌다

입력 | 2001-04-08 19:32:00


‘재판 진행은 불구속 상태에서 자유롭게, 그러나 유죄로 인정되면 처벌은 엄격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구속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은 가두고 법원은 풀어준다’는 일상적인 재판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법정구속 사례〓서울고법 형사3부는 4일 내연의 관계에 있던 여성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그 딸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36)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기하면서 이씨를 법정구속했다.

이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왔는데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가 무거우므로 선고형량을 정하기에 앞서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지법은 지난달 20일 재외국민 특별전형 입시부정사건으로 기소된 학부모 3명에 대해 징역 8∼10월을 선고하면서 모두 법정구속했다. 또 이달 초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고 공무용 승용차를 파손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된 피고인 3명도 4∼6월의 실형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다.

지난달 말에는 상습 음주운전자가 징역 1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최근 법정구속 사례

죄 명

피고인, 선고형량

혐 의

위증

양모씨(55),징역6월

법정에서 대여금청구사건에 대한 증인으로 나서 목격자를 허위 진술

부정수표단속법위반

김모씨(41),징역8월

당좌수표 10장 발행, 지급하지 않은 혐의.

상표법위반

이모씨(48),징역8월

유명시계 위조상표 붙여 6000만원 정도 판매

도로교통법위반

양모씨(40),징역1월

술 마시고 운전하다 도로변 화단 들이받은 혐의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윤모씨(56),징역6월

경찰관에게 욕설 퍼붓고 위협한 혐의

공무집행방해

배모씨(36),징역6월

구청 불법주차 단속요원에게 둔기 휘두르고 공무용 승용차 파손한 혐의

공무상표시무효

조모씨(60),징역4월

법원의 가처분결정 무시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목욕탕 팔아넘긴 혐의.

업무방해

김모씨(56),징역6월

해외 고교 졸업증명서 등 위조, 자녀들을 대학에 부정입학시킨 혐의

업무방해

이모씨(49),징역8월

해외 고교 졸업증명서 등 위조, 자녀들을 대학에 부정입학시킨 혐의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성폭행

이모씨(36),선고공판 연기하면서

내연녀에게 폭력 휘두르고 그 딸을 성폭행한 혐의

특경가법위반(배임, 증재)

이원선(李元鐥ㆍ49) 록정개발㈜ 대표,징역5년

한빛은행 관악지점 불법대출 사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김호일의원 부인 이모(53)씨,징역1년

4ㆍ13총선때 유권자에게 금품 제공하려고 선거사무원에게 돈 건넨 혐의

강도상해

백모씨(43),징역2년6월

피해자의 돈을 빼앗을 생각으로 백씨외 2명이 모의하여 김씨를 폭행한 혐의

▽배경과 법조계 반응〓법원은 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불구속 재판’과 함께 ‘과감한 법정구속’의 원칙을 천명했다.

이 원칙은 법원이 그동안 법정구속을 꺼리면서 유명무실해졌다가 최근 젊은 법관들을 중심으로 다시 법정구속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다시 쟁점화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달 21일 일선 법관들에게 참고자료로 배포한 ‘형사재판 실무편람’에서도 과감한 법정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법조인들은 “피고인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유죄로 인정되면 죄값을 엄격히 묻는 것이 민주적 형사재판의 진정한 모습”이라며 원칙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

그러나 일부 변호사들은 엄벌주의의 만연과 자신들의 입지축소 등을 우려해 반대주장을 펴기도 한다.

▽문제점〓법조인들은 ‘과감한 법정구속’ 원칙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불구속 수사원칙도 훨씬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부 법조인들은 “힘 없고 돈 없는 피고인에 대한 법정구속은 늘고 있는 반면 비리 정치인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집행유예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