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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칼럼]강미은/NYT면 주제 다양 읽을거리 풍부

입력 | 2001-03-23 18:26:00


'미디어 제국주의'라는 말이 있다. 한 나라의 미디어 컨텐츠가 다른 나라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는 현상을 '미디어 제국주의'로 설명한다. 이 말은 국제 뉴스가 특정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불평등하게 흐르는 현상도 나타낸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뉴스가 활발하게 전달되는데, 반대로 아시아지역 나라들로부터 미국 쪽으로는 뉴스가 상대적으로 덜 활발하게 전달되는 현실을 가리킨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지역에서 인접한 나라들이 서로에 관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의 통신사들이 보내주는 해외뉴스에 의존하는 기이한 구조가 나타나곤 한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태국에 관한 뉴스를 미국 통신사를 통해 받아서 보도하는 식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다른 지역으로 일방적으로 뉴스가 전해질 때는, 주요 뉴스 정보원이 서구의 통신사나 거대 신문, 방송 등 몇몇 기관으로 한정된다. 이러다 보면, 국제 뉴스를 미국이나 유럽의 눈을 통해서만 파악하게 돼서 우리가 세계를 보는 인식도 서구 강대국의 관점을 그대로 닮게 될 위험이 있다.

동아일보의 국제 관련 보도는 할당된 지면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23일자의 경우 국제면이 2개 면, 뉴욕타임스면이 1개면으로 총 3개 면이다. 국제뉴스의 양이 적은 날은 전체 지면에서 단 1개 면만 국제뉴스를 싣기도 한다. 일단 기사의 양이 적다 보면 세계의 흐름을 제대로 읽기 힘들다. 이렇게 기사의 양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사는 서구 통신사들이 그 나라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통신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여러 면에서 기사를 골라서 싣는 지면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다양하게 많이 나온다. 이 지면에는 과학, 메트로, IT섹션, 아트 등 여러 주제가 나오는데, 이런 기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우리 독자들에게 적합한 기사인지를 번역자의 주석으로 밝혀준다면 독자들의 이해와 관련도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도록 인터넷 주소(URL)를 알려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번역을 누가 했는지를 밝히는 '번역 실명제'를 실시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지나치게 번역투의 문장이 나와서 실제 뉴욕타임스 기사의 뉘앙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기사들이 종종 눈에 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16일자 '미국인 물질적 풍요 불구 불만 커져'같은 번역 기사와 뉴욕타임스 기사를 대조해 보면, 원문을 간결하게 번역하느라 소화가 덜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국제 기사는 양도 늘려야 하고 질도 높일 필요가 있다. 국제 뉴스가 지나치게 사건 사고 화제 해외토픽 중심으로 흐르면 연성화된 조각 뉴스들이 병렬식으로 배치되는 문제가 우려된다. 국제뉴스의 비중을 늘이고, 개별 뉴스를 보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중요한 세계의 흐름을 묶어서 우리 시각에서 정리해 주는 종합기사가 더 많았으면 한다.

강미은(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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