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건설 3인방’으로 이름을 날렸던 고려산업개발의 최종 부도는 무리한 사업확장과 현대알루미늄 현대리바트 등 부실 계열사 인수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임직원들은 자신들을 ‘재벌그룹 파행 경영의 피해자’로 여기는 분위기다.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는 특히 우량 협력업체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건설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왜 부도났나〓외환 위기가 극심했던 98년에도 22억8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정도로 건실했던 고려산업개발은 98년 7월 그룹 기획조정실의 ‘지시’로 부도 직전이었던 현대알루미늄을 흡수하고 같은 해 12월 현대리바트를 합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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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리바트는 이듬해 7월 부채 전액을 고려산업개발에 떠맡긴 채 분사했다. 현대알루미늄은 3자 매각방식으로 처리될 계획이었으나 아직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은 이 과정에서 99년 289억원, 2000년 1∼9월에 185억6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경영난을 자초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기 시작하고 토지 매입비로 1000억원 이상이 묶여 자금난이 심화된 것.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10월 이후 부도는 시간 문제였다”고 고백할 정도다.
고려산업개발 아파트 건설현황
위 치
가구수
입주예정
공정률(%)
현장 연락처
서울 강서구 가양3동
114
2001년 5월
81.6
02-3662-9924
서울 강남구 논현동
16
2001년 5월
34.7
02-3446-8652∼3
서울 도봉구 방학동
1,278
2001년 10월
76.0
02-955-7511∼3
서울 서초구 서초2동
44
2001년 5월
28.9
02-525-3697∼8
인천시 부평구 산곡1동
199
2001년 7월
65.0
032-512-1673∼4
인천시 남동구 서창사업지구
630
2002년 12월
2.2
031-465-1848
경기 광주군 오포면 신현리
300
2001년 12월
45.0
031-726-0338∼9
〃
318
2002년 1월
43.0
〃
〃
348
2001년 11월
46.0
031-726-0151
경기 광주군 광주읍 쌍령리
450
2002년 10월
20.4
031-767-0654∼5
경기 김포시 풍무동
849
2001년 12월
10.0
031-998-6211∼2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260
2002년 4월
40.1
031-298-0014∼5
경기 화성군 태안읍 반월리
896
2001년 6월
78.1
031-205-8074, 7
〃
1,220
2001년 11월
58.6
031-205-9095∼7
〃
576
2001년 11월
59.8
031-205-4322, 4
경기 안산시 사사동
491
2001년 12월
42.6
031-419-0171, 3
경기 용인시 구성읍 마북리
486
2001년 12월
40.0
031-283-7886∼7
경기 용인시 기흥읍 보라리
1,112
2003년 3월
15.0
031-285-9455∼ 6
〃
771
2002년 9월
14.0
031-287-2800, 2
경기 용인시 수지읍 상현리
556
2001년 12월
21.3
031-265-6121, 3
경기 의왕시 오전동
1,614
2002년 9월
27.0
031-455-9174
부산 해운대구 우동
378
2003년 5월
10.0
051-743-5999
강원 춘천시 사농동
810
2001년 11월
37.0
031-253-9915∼7
“계열분리 과정에서 파편을 맞았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지난해 9월 고려산업개발의 최대주주는 22.7%를 가진 현대자동차였다. 그러나 작년 자동차, 건설, 중공업을 중심으로 현대그룹이계열분리되면서 건설업이 주력인 고려산업개발은 현대건설 군(群)으로 묶여야 했으나 현대건설이 자금부족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이후 확실한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밀리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자동차로부터 지분의 19.74%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지원은 제한적이었고 마침내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부도를 맞은 것이다.
▽상시퇴출 첫 사례〓정부는 이번 고려산업개발의 최종부도를 이달부터 본격 가동된 상시퇴출제도의 첫 사례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금융기관별로 마련된 퇴출기준에 해당되면 신규자금지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이번 고려산업개발은 이 같은시장원리에 따른 결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고려산업개발의 1000여 협력업체중 우량기업에 미칠 파장. 여러 업체와 동시에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협력업체의 부도로 연결되면 다른 건설업체로도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들이 추가 지원할 의사가 없으며 계열사들도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고려산업개발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bonhong@donga.com
▼고려산업개발은 어떤회사▼
76년 4월 고려항만개발㈜로 설립돼 토목 건축사업에 주력해오다 80년 1월 현대건설의 관악, 염창 레미콘공장을 인수했으며 85년 3월 고려산업개발로 이름을 변경했다. 87년에는 성남 공설운동장을 건설했으며 88년 4월부터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98년 8월에는 현대알루미늄공업과 ㈜신대한, 그해 12월 현대리바트를 합병해 사업영역을 아파트 건설 토목 레미콘사업 알루미늄사업 전선사업 유화사업 등으로 넓혔다. 지난해말 시공능력 평가액은 4600억원으로 도급순위 28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