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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게임업체들, '와레즈'때문에 골머리

입력 | 2001-02-16 11:50:00


'대물낚시광' '창세기전3 파트2' '악튜러스' 등 국내 유명게임들이 불법사이트인 일명 '와레즈(Warez)'에서 마구 돌아다니고 있어 해당 업체에 엄청난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

심지어 와레즈를 통한 불법유통이 국내 게임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으나 관련업체나 단속당국은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물낚시광'이란 온라인 낚시게임을 만든 타프시스템(대표 정재영)은 이 게임을 북미지역에선 70만장이나 팔았지만 국내에선 불과 8만장 밖에 팔지 못했다. 대부분의 게임관련 와레즈 사이트에 ‘대물낚시광’ 시리즈가 ‘인기 종목’으로 떠올라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대물낚시광을 자기 컴퓨터에 깔아 즐기고 있는 사람으로보면 한국이 북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 장당 3만~4만원인데 수십만장이 불법 복사 및 와레즈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는 만큼 금전적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나라는 단속하기가 하도 어려워 와레즈 사이트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는 기본비용으로 처리한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한국시장보다는 외국 시장진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사정은 지난해 12월 시장에 나와 인기를 끌고 잇는 소프트맥스(대표 정영희)의 ‘창세기전3 파트2’도 마찬가지다.

소프트맥스는 지금까지 '창세기전3 파트2'를 20만장 정도 팔았으나 불법 유통된 것은 이보다 3-4배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2일 궁여지책으로 ‘와레즈 신고 메일’개설했으나 신고건수이 미미한데다 신고된 경우라도 별 다른 대응책이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메일신고를 통해 와레즈 사이트를 확인하고 이 사이트가 등록된 웹호스팅업체에 통보해주는 것이 거의 전부다.

위자드소프트가 개발한 롤플레잉 게임 ‘악튜러스’도 지난해말 발매된 이후 4만5000장 정도가 판매됐다. 이 회사는 와레즈를 통한 불법유통만 제대로 단속됐다면 2배이상 팔렸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 김세웅 팀장은 “벤처기업처럼 작은 곳에서 와레즈를 상대하기는 무리다”며 “정부에 단속을 요구해도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와레즈 사이트에 대해 법적으로 대처하거나 내부 방침을 확고히 세우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국내 업체들의 인력부족, 단속의 실효성 등이 꼽히고 있다. 회사 인력을 불법사이트 단속에 투입하기에는 조직이 너무 작고 단속하더라도 이런 사이트는 언제든지 다시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네티즌들의 공짜의식. 게임개발업체들은 법적 대응등 와레즈 사이트에 강력하게 대처할 경우 네티즌들 사이에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그나마의 매출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게임회사에서 와레즈 사이트를 단속하면 사이트 이용자들이 반발,게임 관련 게시판에 유언비어를 올리거나 스팸메일을 보내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반면 국내게임사과는 달리 대형 외국게임사들은 와레즈 사이트에 엄격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A코리아(대표 아이린 츄아)는 작년부터 APK(안티파이러시 코리아)라는 모임과 손잡고 와레즈 사이트 단속에 나서고 있다.

불법복사게임 사용자가 정품 사용자의 7배라고 추정하는 이 회사는 와레즈 사이트 및 불법복사 단속을 통해 유니텔 게임동호회에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대표 고현진) 역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와 공동으로 와레즈 사이트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와레즈는 게임업계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크건 작건 와레즈 사이트를 비롯한 불법소프트웨어에는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희웅heewo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