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다음으로 사람과 가까운 동물은 쥐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 최근호에는 DNA 염기 서열 비교를 통해 태반 포유류의 진화 계통도를 작성한 연구 논문 2편이 나란히 실렸다.
태반 포유류는 자궁에서 태아를 어느 정도 자라게 한 뒤 출산해 젖을 먹이는 동물로, 사람을 비롯한 대부분의 포유류가 여기에 속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리버사이드) 마크 스프링거 교수팀(유전학)과 미국 국립암연구소 스테펜 오브리언 박사팀은 미토콘드리아 및 세포핵 유전자의 DNA 염기 서열을 비교해 종간의 근연 관계를 밝혔다. 유전자의 염기 서열은 종 사이가 멀수록 차이가 많다.
연구자들은 파충류에서 원시 포유류가 나오고 1억400년에서 6400만 년 전 사이에 원시 태반 포유류가 4개 무리로 갈라진 뒤 각자의 길을 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룡이 멸망한 뒤에는 포유류의 종 분화가 빨라져 수많은 포유류가 등장했다.
태반 포유류 1군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퍼져 나간 초기 포유류의 후손인 코끼리와 해우가 들어 있고 2군에는 중남미의 포유류인 나무늘보나 개미핥기가 속한다.
3군에는 토끼나 쥐 호저 날다람쥐 같은 설치류와 사람이 속하는 영장류가 두 축을 이루고 있다. 4군에는 소 고양이 고래 박쥐 등 다양한 동물이 들어 있다.
이는 모습이 비슷할수록 가까운 종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이다. 예를 들어 육지에서 살다가 바다로 간 포유류인 고래와 해우의 경우가 그렇다. 고래와 해우는 수중 생활에 맞게 네발이 퇴화되고 몸이 유선형으로 바뀌었지만 4군에 속하는 고래는 여전히 유전적으로 1군인 해우 보다는 같은 4군인 박쥐와 오히려 더 가깝다.
우리는 흔히 고슴도치와 쥐가 가까운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동물 사이의 유전자 차이는 인간과 쥐의 유전학적 차이보다도 큰 것으로 밝혀졌다.
오브리언 박사는 “지금까지는 설치류가 포유류의 조상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설치류가 훨씬 뒤에 분화된 포유류이며, 영장류와 가장 가깝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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