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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코리아로 가는 길] "닷컴기업 끝나지 않았다" 新경제 열기 후

입력 | 2001-02-05 18:35:00


62년 박람회가 열렸던 미국 시애틀의 고층탑 스페이스니들. 이 도시 명물의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시애틀의 전경이 준 인상은 다양성이 빚어내는 조화였다.

시를 배경처럼 감싸는 레이니어산, 도시 곳곳을 푸르게 물들인 침엽수림, 햇살이 잘게 부서지는 호수에다 퓨젓만의 넘실대는 바다, 그리고 쭉쭉 뻗은 현대식 고층빌딩들.

인공과 자연, 낡은 것과 최첨단이 어울려 미국인들이 꼽는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풍경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시애틀의 산업지도 역시 그 같은 조화와 공존으로 요약된다. 전통기업과 신흥 정보통신산업, 그리고 첨단벤처 열기까지. 이들 삼각간에 팽팽한 긴장이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트라이앵글형’ 구도다. 이 삼각은 ‘공존과 변신’을 화두로 각기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시애틀의 산업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전통기업 보잉의 변신〓보잉은 시애틀 경제를 이끌어온 시애틀의 상징. 747여객기 3대를 한꺼번에 만드는 시애틀 ‘보잉 필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골리앗 공장’이다.

이 골리앗은 수년 전부터 미세한 ‘신경망’을 바꾸는 수술이 진행 중이다. 과거의 신경망을 걷어내고 설치되는 새로운 신경망은 ‘인터넷 파이프라인’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보잉사와 고객 항공사, 부품업체를 구석구석 훑으며 관통하는 초정밀 신경망이다.

정보관리 책임자(CIO)인 스콧 그리핀은 “우리에게 e비즈니스는 전략이라기보다 부품업체와 고객을 잇는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보잉의 ‘e비즈니스 연결망’은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언제든지 보잉과 접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항공사들은 항공기 보수를 위해 모델 당 10만장 이상의 마이크로필름 도면이 필요했지만 이젠 이를 인터넷망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고객들은 부품 페이지를 통해 필요한 부품도 조달할 수 있다. 고객과 보잉의 엔지니어들은 서로 문제점을 리얼타임으로 주고받는다. 부품거래는 물론 항공기제작 작업을 같이 하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

맥도널더글러스, 록웰 등과 함께 운영 중인 ‘엑소스타’는 항공기부품의 e마켓플레이스다. 보잉측은 “7일이 걸리던 조달과정을 1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리핀씨는 보잉의 e비즈니스에 대해 “‘정보는 가치를 창출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보잉의 e비즈니스 정보 신경망은 점보 비행기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점보급’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터널은 끝났다” MS, 재도약할까〓지난달 18일 찾아간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캠퍼스로 불릴 만큼 대학 구내를 연상케 하는 회사는 여느 때처럼 조용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요즘 창립 25년 이래 가장 큰 도전을 맞고 있다.

마침 이날은 작년 4·4분기 실적이 발표된 날. 그리 좋은 실적은 아니었으나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시장 분석가들은 우리 회사가 인터넷 환경에서 새로운 사업비전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모색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하다.” MS의 담당 임원은 자신감을 얻은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 환경은 MS에 처음에는 위기로 다가왔다. 그러나 MS는 이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지난 수년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네트워크상의 서비스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는 닷넷(.NET)이라는 프로젝트로 진행돼 왔다. MS측은 “올해부터는 닷넷의 작품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열기〓시애틀의 벤처타운은 레드먼드와 벨뷰. 이곳의 창업 바람의 원천은 무엇보다 풍부한 인적자원이다. MS 등 정보기술(IT) 기업들과 보잉 등 이 지역 대기업은 하이테크 인력 풀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온비어(Onvia)닷컴은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간(B2B) 거래 업체로 주목받고 있는 회사. 그레첸 소렌센 부사장은 “우리는 틈새공략을 위한 사업모델에다 인력구성을 갖고 있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현재까지 온비어의 성적표는 합격점으로 분류될 만하다. 작년 매출만 해도 1999년보다 450% 이상 늘어났다.

20대 후반의 글렌 발만 사장은 “사이트를 열었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중소기업 고객의 하소연을 듣고 이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온비어’라는 회사 이름 자체가 ‘모든 것은 온라인을 통한다’는 이 회사의 사업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시애틀을 비롯한 워싱턴주 주변의 시와 자치단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실리콘밸리에도 뒤지지 않는 이같은 벤처열기가 차가운 시애틀의 겨울을 달구고 있다.

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