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시인 이길원(56·李吉遠)씨가 세 번째 시집 ‘은행 몇 알에 대한 명상’(시문학사)를 펴냈다. 이 시집에는 현대 문명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강한 비판과 풍자정신을 엿볼 수 있는 60여편의 시가 실려 있다.
‘최후의 한 사람만 살아 남는 게임. 아니면 전멸할지도 모르는 게임 //탄창 안에는 / 부도 / 그리고 해고’(‘서바이벌 게임’ 중).
선 굵은 남성적 이미지의 그의 시들은 현실 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휴머니즘과 공동체 의식에 대한 희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서울 매미’나 ‘고치 앞에서’에서 나타나듯이 할머니와 애벌레의 죽음을 연결시키는 불교적 윤회사상도 돋보인다. 이씨는 “앞으로 생태학적인 생명사상을 다뤄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국제 펜틀럽 한국본부이사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