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주장의 역할이 이만큼 중요할 때도 있었을까.
불과 1년전만 해도 주장은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사이에서 의사 전달을 하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 구단에서 주장이 상조회장을 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다르다. 지난 겨울 선수협의회가 태동하면서 3월 문화관광부에서 내린 중재 결정에 따라 주장은 이제 선수의 총의를 대변하는 말 그대로 ‘선수의 대표’가 됐다.
주장이 바로 대표성을 인정받는 선수협의회의 핵심이 된다는 뜻이다. 8개 구단과 선수협이 올 겨울 주장 선임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른 것도 이 때문이다.
▽주장 물갈이 어떻게 됐나〓일단은 선수협측에서 세 불리기에 성공한 모습이다. LG는 자유계약으로 풀려난 김선진 대신 선수협 부회장인 양준혁이 김정민을 민 이광은감독과의 한판 승부에서 승리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롯데도 선수협의 마해영이 강성우로부터 ‘대권’을 물려받았다. ‘회장님’ 송진우가 강석천에 이어 주장이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 유일한 투수 주장이다.
반면 삼성은 김태균이 구단과 일부 고참 선수들의 추천에 의해 김기태의 후속 주장이 됐다. 나머지 구단은 해태 이호성, 두산 김태형, 현대 김인호가 연임을 한다. SK는 미정.
▽주장의 성향 분석〓선수협의 색깔을 결정하는 핵심 사안이다. 선수협 실무 부회장인 이호헌씨는 “선수협이 주장 선거에서 선전을 펼치긴 했지만 여전히 불리하다”고 분석한다.
송진우 양준혁 마해영은 선수협파, 이호성 김태형 김인호 김태균은 온건파로 분류된다. 온건파 중 이탈표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3대4로 선수협의 열세다.
이에 따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SK는 플로리다 전지 훈련중인 선수단이 12일 새벽 도착한 뒤 주장을 뽑는다. 선수협 핵심인 기존 최태원이 2년을 연임해 김경기나 양용모가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대부분 최태원을 원하고 있다.
▽선수협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SK를 제외한 7개 구단 주장이 모여 선수협 회장 선출 방식과 날짜 장소 등을 정하기로 했다. 회장은 8개 구단 주장 중 후보가 나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선출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회장은 송진우와 이호성의 벼랑끝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단과 대변인은 회장이 지명한 뒤 집행부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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