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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은행짝짓기 막판 고민

입력 | 2000-12-04 18:35:00


2차 은행 구조조정의 골격을 놓고 정부가 막판 고민에 빠졌다.

금융감독위원회 정건용 부위원장은 4일 “한빛은행 주축의 지주회사 설립이라는 기본 원칙엔 변화가 없다”면서도 “타 우량 은행도 지주회사를 세운다면 지방 부실 은행과 평화은행을 편입시킬 수 있다”고 말해 ‘제3의 판짜기’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이는 당초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해서 평화 광주 제주 경남은행을 하나로 묶는 방안이 부실만을 키울 것이라는 대내외 비난여론이 높고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 이 때문에 정부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있으나 사실상 이마저도 실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빛 중심의 단일 지주회사〓평화 광주 제주 경남 등의 은행 노조가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 통합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데다 학계 등에서도 이 방식의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지만 ‘부실┼부실’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것. 또 한빛은행에 4개 은행이 묶일 경우 대규모 인원감축과 지방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가 불가피해 반발이 크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지방 은행들은 이 때문에 자신만의 지주회사 설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 독자생존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만큼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우량┼지방은행’의 가능성은〓정 부위원장은 “지방 은행이 우량 은행을 파트너로 잡을 수만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때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방 은행의 부실을 정리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98년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흡수해 지방 네트워크를 탄탄히 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이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현재로는 회의론이 우세한 실정이다.

국민은행 최인규 전략기획실장은 “현재 우량 은행들이 지방 네트워크가 탄탄하기 때문에 굳이 지방 은행을 인수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신인석 박사는 “우량 은행 등 인수 은행의 입장에서는 고용 또는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며 “이같은 자산부채계약인수(P&A)가 아닌 지주회사 방식은 구조조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민하는 정부〓광주 제주 경남은행의 노조는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 방식은 물론 우량은행과의 합병에도 반대하고 있다. 공적자금을 요구하면서도 ‘고통’을 수반할 수 있는 어떠한 금융재편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 이 때문에 우량 은행들이 인수에 나설 분위기도 못된다.

그렇다고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한빛 중심의 지주회사로 가기에는 정부로서도 부담이다.조흥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이날 발언은 지방 은행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탐색전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며 “지방 은행도 우량 은행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한빛 중심의 지주회사로 가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