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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시인 한국 남는다…장남 "노환심해 미국 못모셔"

입력 | 2000-11-28 18:38:00


미당 서정주(未堂 徐廷柱·사진) 시인이 미국행을 포기하고 여생을 한국에서 보낸다.

지난달 부인을 떠나보낸 뒤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큰아들집으로 떠나려 했지만 입원한 지 한 달이 넘도록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당이 입원중인 강남성모병원측은 “노환이 워낙 심해 하루 앞의 상태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큰아들 승해씨는 최근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버님이 기력이 다소 회복되더라도 미국으로 모시기는 불가능하다”면서 “한국에서 장기간 요양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제자인 시인 김송희씨는 “입원 초기에도 선생님은 미국 큰 아드님 집 이야기를 많이 하시다가 최근 들어 일절 언급이 없다”면서 “스스로 이 땅에서 운명을 맞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시는 듯하다”고 전했다.

미당의 국내 체류가 확실시됨에 따라 친인척과 제자들은 장기 요양을 위해 조만간 새 거처를 결정하고 내주 중 병상을 옮길 계획이다. 큰 며느리 강은자씨는 미국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임시 귀국한 처지라 장기간 병실을 지키기 어려운데다 한 달에 1000만원 가까이 나오는 병원비도 만만찮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일단 미당이 명예교수로 있는 동국대 의료원의 도움을 받아 장기 입원하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간병인을 따로 고용해 요양원이나 제자의 지방 별장에서 요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입원 초기에는 다소 기력을 회복하던 조짐을 보이던 미당은 현재 음식도 제대로 들지 못해 링거로 연명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수면으로 보내고 있다.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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