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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위기' 경제사적 분석]"첨단산업은 거품먹고 큰다"

입력 | 2000-11-27 18:34:00


첨단산업의 위기는 주기적인 현상인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닷컴기업의 위기는 과거의 예를 볼 때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철도 전신 라디오 자동차 등 과거 한때 ‘첨단’으로 불리던 산업도 인터넷 산업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수많은 기업이 생겨났지만 대부분 소멸하는 단계를 거쳤다는 것.

역사학자 로버트 루터 톰슨은 1947년 저서에서 “미국에 전신 산업이 등장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금방 벼락부자가 되는 꿈에 부풀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헛된 꿈으로 끝났다”고 썼다. 최근의 인터넷 산업 거품현상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전신산업 초기 단계에서도 무수한 기업이 나타났다가 결국 6개 회사로 줄어들었고 나중에 전화가 등장할 무렵에는 웨스턴 유니언 전신회사 단 한 개만 살아남았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듀리 형제가 1896년 ‘듀리자동차’사를 설립한 이후 대공황이 발생한 1929년까지 미국에서만 2600여개의 자동차 제조회사가 생겨났다. 그러나 많은 회사가 자동차를 한 대도 생산하지 못한 채 문을 닫아야 했으며 가까스로 살아남은 회사도 결국 포드나 제너럴 모터스 같은 대기업과 합쳐졌다.

미국 철도산업의 초기 단계에서도 수백개의 새로운 기업이 나타났지만 인수 합병의 단계를 거쳐 대부분 소멸했다. 기록에 따르면 1935년까지 볼티모어 오하이오 철도회사가 인수한 군소 철도회사는 100개가 넘는다.

첨단산업 초기 단계에 설립된 무수한 기업이 대부분 문을 닫는 것은 이들 기업이 경영 능력과 자본 조달 능력이 없는 ‘초보 경영진’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기술이나 열정만으로 기업을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미국 중소기업협회에 따르면 500명 이하를 고용하는 기업 가운데 25%가 창업한 지 2년 이내에 문을 닫았고 50%는 4년 이내에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기술주 중심의 증시인 나스닥 지수가 폭락하기 전에 ‘2001년까지 거의 모든 인터넷 소매회사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견했던 포레스터 리서치사는 “인터넷 산업에서는 초기 기업 소멸 현상이 더욱 빠르고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