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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주가/상한가]'보육원 대모' 윤정식할머니

입력 | 2000-11-27 10:51:00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

승전을 위한 충무공의 비장한 유언이 아니다. 평생을 '보육원 대모'로 봉사한 윤정식 할머니의 수의 속에서 나온 유언장이다. "조의금은 받지 말고 화장해달라. 재는 물이나 산에 뿌리고 매장터나 유골처는 만들지 말라"

얼마전 응담스님이 화려한 다비식 대신 조촐한 산중장을 치러 화제가 된 적이 있으나, 윤할머니는 출가한 분도 아닌, 두달전 1백회 생신상을 받은 그저 다복하고 평범한 할머니일 뿐이다.

일생을 '잘 나가는 친자식'보다 '불우한 남의 자식' 돌보기에 더 힘을 쏟았다는 그는 36년부터 개성에서 의사인 남편과 함께 양로원, 보육원, 고아학교 등 복지시설을 꾸렸다. 한국전쟁 이후 월남, 서울 마포에서 유빈보육원을 열어 전쟁고아들을 돌봤다.

부모의 든든한 후원인이었던 4명의 아들도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성공한 의사가 되었다. 아들 셋이 참석치도 않고 30시간만에 치른 장례식이었지만, 부음소식을 듣고 100여명이 몰려와 고인의 뜻을 기렸다고.

공수래 공수거. '빈손'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지만 '청정한 봉사'는 그득하게 남겼다.

최영록/ 동아닷컴기자 yr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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