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 / 프레드 그린슈타인 지음/ 김기휘 옮김 / 324쪽 1만5000원 위즈덤하우스
미국 대통령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지금 전세계의 이목은 미 대선에 쏠려 있다. 과연 누가 당선될 것인지. 그러나 이 못지 않게 우리를 궁금하게 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다. 누구의 리더십이 뛰어나며 누가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지.
이 책에 그 답이 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나 대통령이 되어본 사람, 위대한 대통령을 바라고 투표하는 국민 모두가 한 번은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미국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대통령이 반드시 명문대 출신일 필요는 없고, 학업 성적이 우수해야 되는 것도 아니며 가문도 선택의 척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클린턴과 포드 대통령의 성(姓)이 의붓아버지의 것이란 점이나, 당나귀를 팔던 아버지를 둔 트루먼도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경험과 연륜 역시 위대한 대통령의 척도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도 이 책의 흥미를 더한다.
저자는 대통령 개인의 인성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평가기준을 적용해 루스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 포드 카터 레이건 부시 클린턴 등 현대 미국 대통령 11인의 리더십을 평가했다. 그 평가 기준은 ‘감성지능’ ‘의사소통 능력’ ‘정치력’ ‘통찰력’ ‘인식 능력’ 등.
이 중에서 가장 비중을 둔 것은 감성지능이다. 그래서 저자는 “대통령 후보자에게 감성지능이 결핍되어 있는지 유심히 보라. 감성지능이 결핍되면 나머지 네 가지는 모두 무(無)로 돌아가고 만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은 감성지능이 있어야만 자기의 정서를 철저히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서도 리더십을 잃지 않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영혼을 확고하게 길들이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저자는 감성지능에 문제가 있었던 대통령으로 닉슨 존슨 트루먼을 든다. 존슨은 충분히 교육 받지 못했다는 열등감 때문에 참모들의 의견을 못들은 척 했다. 사소한 변화에도 감정이 흔들렸고 이로 인해 중요한 정책 결정을 종종 외면했다. 닉슨의 정서도 불안했다. 한 측근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미국의 방대한 핵무기고 문지기였으니,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들이 뛰어난 정치력과 인식능력을 지녔으면서도 정치적 파멸로 치닫거나 임기말을 불행하게 보낸 것은 감성지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케네디. 그 비결은 탁월한 (대중과의) 의사소통 능력. 그의 웅장한 화법은 미 대통령 중 최고다. 하지만 통찰력이 부족해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감성지능 의사소통 능력 등 새로운 기준으로 대통령을 평가한다. 정치력 정책능력 위주에서 벗어나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제공해준다. 대통령의 좋은 면만을 바라보았던 기존 관점의 오류도 피할 수 있다.
대통령 11명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전체적으로 냉철하다. 그러나 5가지 평가요소에 맞는 대통령의 사례가 생각보다는 구체적이 못한 점이 아쉽다.
그 어느 때보다도 현명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우리의 현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특히 감성지능과 같은 개인의 품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음미해볼만하다.
서상록(전 삼미그룹 부회장·‘내 인생은 내가 살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