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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연 인간]남아공의 환경 교육

입력 | 2000-08-28 18:37:00


멀리 지평선이 보이는 사바나 평원.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까맣게 타 버린 듯 고목처럼 서 있는 나무들. 물기 한점 없는 땅바닥에 생명을 의지한 한 웅큼 풀섶.

아프리카 대륙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산업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300여㎞가량 떨어진 루스텐버그시(市) 우방가니 지역. 아프리카 원주민중 하나인 줄루족 언어로 ‘우정’이라는 뜻인 이 곳은 5000여ha(1500만평)의 땅에 코뿔소 기린 하마 코끼리 표범 등 100여종의 동물과 200여종 식물들이 살아 숨쉬는 생태계의 보고다.

▼각국 청소년 공원서 합숙▼

85년 남아공정부로부터 사설 자연공원으로 인가받아 주로 남아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는 이 곳에 매년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한국 일본 대만 호주 등 전 세계 25개국 14∼18세 청소년 100여명이 캐세이퍼시픽 항공사 후원으로 환경교육을 받는 것.

지난달 12일부터 열흘간 치러진 이 프로그램에 한국의 고등학생 4명도 함께 참석했다.

“땅바닥에 까만 콩같은 것을 집어 보세요. 손바닥에 놓고 잘게 부숴 냄새를 한번 맡아볼래요. 무엇인지 알아 맞출 수 있어요?”

의아해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쳐다보며 이 학교 수석교사인 하네커 반 머위(47·여)가 묻는다. 잠시후 교사의 입에서 “동물의 똥”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자 아이들은 질겁을 한다.

“하하하. 똥이라고 다 더럽다고 생각하면 안되죠. 지독한 냄새가 아닌 풀냄새가 나잖아요. 초식동물의 배설물이기 때문이에요. 이 똥의 주인은 임팔라(사슴과)입니다”

과연 동그란 분비물 안에는 풀잎이 얇게 갈린 모양으로 섭취한 음식물이 퍼져 있었다. 분비물의 색깔과 모양만 보고도 동물 이름은 물론 먹는 음식 소화기관의 기능까지 알아 맞추는 교사의 능력에 학생들은 탄성을 내지른다.

이 학교의 주된 프로그램은 동식물 생태체험.

학생들은 낮에는 인근 산과 강을 돌며 동물 배설물과 발자국의 선명도와 패인 정도, 주변에 남겨 놓은 털 등을 통해 동물의 식생과 움직인 방향 시간등을 알아내는 법,무리를 지어 다니는 속성들을 배운다. 설명하는 교사의 말을 놓칠세라 열심히 받아 적는 학생들이 얼굴이 진지하다. 숲이란 살아 숨쉬는 거대한 생태계라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인근 산에 올라 등산을 할 때면 건너편 바위 틈에서 ‘으르렁’소리가 들린다.

“키 1m도 안되는 바분 원숭이가 덩치 큰 동물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큰 소리로 위협하는 소리”라는 교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저 멀리 코끼리 기린 얼룩말의 모습도 보인다. 평소 우리에 갇힌 동물들에만 익숙해 온 아이들은 야생동물의 모습에 넋나간 표정들이다.

▼산-강 돌며 생태계 탐사▼

“‘워터혹(흑멧돼지)’이란 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팔뒷꿈치에 헝겊처럼 생긴 것을 덧대고 나와요. 땅의 먹이를 쉽게 먹기 위해 앞다리를 구부릴 때 다리가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자연에 순응하는 동물들은 어떤 때는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새끼낳는 것까지 조절을 합니다. 자연을 그저 개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인간에게는 부끄러운 일이지요”

교사의 설명에 학생들의 표정도 숙연해진다.

주변 200여종의 식물군도 살아있는 자연 교과서다.

“자연은 거대한 수퍼마켓이에요. ‘바하비히’라는 나뭇잎은 플라그 제거성분이 있어서 이빨을 닦을 수 있어요. ‘과리’라는 식물은 방충효과가 있어 말려 가루를 내 뿌리면 훌륭한 모기약이 됩니다. 숲에는 마실 물 공기 빗자루 치약 섬유까지 없는 게 없지요”

직접 경험하면서 깨닫게 만드는 교육 방식을 펼치는 이 학교는 아침에 일어나 물가 나무 줄기를 갈아 만든 칫솔로 이를 닦고 비누거품을 내는 나뭇잎으로 세수를 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자연에서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다는 것을 터득하게 한다.

계곡에 사는 수중 생물을 채취해 생태를 알아 보는 ‘워터 오디트(water audit)’도 특이한 체험. 학생들은 강물에 나가 빨리 흐르는 물, 느리게 흐르는 물, 흐르지 않는 물에 조별로 나뉘어져 각각 그 곳에 살고 있는 수중생물을 컵으로 채집한 뒤 백과사전을 뒤져가며 생물의 이름과 특성 이들의 먹이사슬 등을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살펴 본다.

홍콩에서 온 제레미(15)는 “빨리 흐르는 물에서 채취한 들추차 게 물방개 등을 실제 사전에서 확인하니 너무 신기했다”며 “물이 흐르는 속도에 따라 포화 산소량이 다르고 이것이 생물의 종류와 생태를 결정한다는 것을 체험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문명'버리고 자연학습▼

밤에 야영을 하며 쳐다본 ‘무공해 하늘’에는 남십자성 등 낯선 별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아이들은 별이 땅으로 쏟아져 내릴 것 같다며 연신 환호성을 질러댔다. 밤이 되면 영하로 떨어지는 남아공의 겨울을 모닥불에 의지해 불침번을 서며 침낭 속에서 보내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야영을 하지 않는 날에 학생들은 통나무 캠프에서 잔다. 이곳에는 전기 전화 컴퓨터가 없다. 어두워지면 촛불과 모닥불로 대신한다.

머위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자연과 하나됨을 깨닫는 아이들이 점점 불편한 생활에 익숙한 것을 보면 현대인들이 말하는 발전이란게 과연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