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철로가 복원되면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평양까지 그대로 달릴 수 있을까?
정답은 지금으로선 안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10월경 복원 공사에 들어가는 경의선 철도가 재개통되는 데는 단절 구간을 잇는 일 외에도 한 가지 기술적 문제가 걸려 있다.
바로 남북한의 상이한 철도 제어 시스템이다. 남한에서 쓰고 있는 열차를 그대로 북측 구간에 올려보냈다간 큰 혼란은 물론 대형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철도 전문가들은 “군사분계선 지점의 공동역에서 기관차를 바꾸거나 서울의 국철구간과 지하철 구간에서 함께 사용되는 ‘듀얼 모드’ 방식의 기관차를 따로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혹은 고가의 신호 변환 장치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벌이고 있는 ‘북한 어린이에 컴퓨터 무상지원 운동’에도 비슷한 걸림돌이 있다. 남북한 자판 배열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가령 남한의 2벌식 자판에 ‘ㅁ ㄴ ㅇ ㄹ’ 순으로 돼 있는 것이 북한 자판에선 ‘ㅈ ㄱ ㅇ ㄴ’ 순으로 딴판이다. 따라서 무상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북한 어린이들이 남한 자판을 새로 배우거나 북한 자판을 따로 붙여 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남북한 간에 서로 다른 ‘산업표준 장벽’이 경협 과정에서 큰 숙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물자가 오가더라도 서로간에 규격이나 운영체계가 달라 호환이 불가능하게 되는 문제다.
북한의 표준 규격인 CSK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반면 남한(KS)은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많이 받아들였다. 품질규격 기준치를 제시할 때도 KS는 ‘∼이상’ 등으로 최소요건만 규정하고 있으나 북한은 상하한치를 모두 규정하고 있다.
철강만 해도 남한과 북한의 규격이 전혀 달라 남북한이 서로 상대방의 제품을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제품 설계의 기본인 제도도면에 들어가는 기호도 다르다. 남한의 설계자가 설계한 제품을 북한의 엔지니어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산업자원부는 13일 이 같은 표준의 이질성을 해소하기 위한 통일비용만도 최고 21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표준통일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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