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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Digital]인터넷 채팅으로 분쟁 조정성사

입력 | 2000-08-10 18:55:00


인터넷 채팅을 통한 변호사의 귓속말 조언에 술술 풀려버린 법적 분쟁.

산업자원부 산하 전자상거래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인 강용석(康容碩·31) 변호사는 최근 소송 원고와 피고, 자문위원들간에 이뤄진 인터넷 채팅 조정과정에서 ‘귓속말’등 인터넷 대화기능들을 이용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컴퓨터를 사기 위해 지난 5월 용산 전자상가 홈페이지를 검색하던 최모씨(41·부산 사하구)는 자신이 원하던 제품이 단돈 1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홍보용 캠페인 때문에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렸다고 생각한 최씨는 ‘이게 웬 떡이냐’며 시가 800만원가량의 서버용 컴퓨터 4대를 주문한 뒤 배송료를 합해 모두 16만 1204원을 G전자회사로 보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물건을 오지 않았고 이에 격분한 최씨가 항의하자 회사측은 “홈페이지 테스트용으로 올려놨던 가격을 미처 지우지 못했을 뿐 실제 그 가격에 팔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배달요구를 거절했다.

부산까지 내려온 회사측 관계자와의 합의마저 실패로 끝나자 최씨는 분쟁조정위원회에 사이버 조정을 신청했다.

김문환(金文煥) 국민대 법대교수와 조정위원으로 참가한 강 변호사는 상대편은 볼 수 없는 ‘귓속말’ 기능을 이용해 “실수로 올려진 가격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불리하다”며 최씨를 설득, 30분만에 조정을 성사시켰다. 회사측도 강 변호사의 ‘귓속말’ 제안을 받아들여 최씨에게 위로금 10만원을 지급했다.

이처럼 분쟁해결절차를 사이버 상에서 해결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이 유일하다.

강 변호사는 “인터넷이 발달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논의만 되고 있을 뿐 이 방법을 과감히 시도한 경우는 아직 없다”며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고 이메일로도 신청이 가능해 굳이 법정까지 가지 않고도 자잘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청은 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으로 우편이나 인터넷(HTTP://DISPUTE.KIEC.OR.KR)으로 하면 된다.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