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28일 방콕에서 잇달아 중국 한국 북한 외무장관과 만나 회담할 때 벌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브로치 외교’는 세계 외교가에 정평이 나있는 만큼 외교 관측통들의 관심이 집중됐음은 물론이다.
올브라이트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을 때 햇빛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입국했다.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그는 1994년 걸프전 패전국인 이라크 언론이 자신을 ‘독사’라고 비난하자 뱀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올브라이트가 이날 벌 브로치를 단 데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벌이 꿀과 침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데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북한을 향해 사상 첫 외무장관 개최라는 화해의 뜻과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강행할 경우 일침(一針)을 가하겠다는 경고의 뜻이 동시에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한국에 대해선 우호의 뜻을, 중국에 대해선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올브라이트는 통상 러시아를 방문할 때는 미국의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독수리 브로치를, 중동지역을 방문할 때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브로치를 단다. 중동평화협상이 꼬일 때는 거미줄 모양의 브로치를 달아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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