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지역 정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세계 주도국들의 시각은 미묘하다. 한반도의 오랜 냉전을 종식시키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여는 큰 발걸음에서 ‘중요한 공헌’을 했다는 원론적 혹은 외교적 평가의 이면에는 ‘강국의 의견이 충돌하는 접점’ 한반도에 대한 주변 열강들의 복잡한 심사가 잠복해 있다. 각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전문가들의 기고를 통해 그 일단을 들여다본다.》
■고마키 데루오(小牧輝夫· 아시아경제연구소 연구주간)
이번 성과중에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서울 방문을 수락한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 남북이 공존 체제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두 정상의 상호 방문이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공동선언에서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를 합의했다는 것도 큰 성과다. 이산가족 상봉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남북 공동의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통일 문제는 남북의 접근 방법이 달라 이번 회담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초점이 돼왔다. 합의문에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북한측 주장을 넣은 것은 남측이 배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양측의 통일 방안에 공통점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주한 미군이나 국가보안법 핵무기 및 미사일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남북 교류 부분에서는 북한이 경제 지원을 적극 원하기 때문에 경제 협력이 상당히 진전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경제 협력을 과대 평가해 과열화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경험을 통해 보면 대북 경제 교류는 민간기업에 리스크가 매우 높기 때문에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때문에 우선 정부 차원의 인프라 지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 차원에서도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북한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데는 저항감을 가질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국과의 경제 교류가 진전되는 가운데 한국과도 협력하는 방식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처음부터 국제적인 지원을 전제로 대규모 경제 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족 자력’원칙은 통일뿐만 아니라 경제 협력에도 해당된다. 한국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교류가 진전되면 국제 협력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일본은 북-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지원은 어렵다.
분명히 남북 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는 일본의 안전 보장에 도움이 된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이 북-일관계 개선을 소홀히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일본이 남북관계 개선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삼가야 한다. 다국간 관계 개선에는 타임랙이 있기 마련이다. 일단 당사자인 남북간의 관계가 개선되면 머지않아 북-일 관계에도 좋은 결과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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