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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US오픈]'꿈의 코스' 페블비치 곳곳 함정

입력 | 2000-06-14 18:51:00


‘정복할 것인가, 정복당할 것인가.’

15일 부터 제100회 US오픈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1·6846야드)는 골퍼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꼽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 해안을 따라 자동차로 2시간30분 거리의 몬테레이반도에 자리잡은 이 코스는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드넓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굽어보이며 백사장과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펼쳐져 있다. 또 페어웨이에는 사슴이 풀을 뜯고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연간 5만여명의 골퍼들이 부킹 전쟁을 뚫고 ‘천국의 골프장’이라는 그곳에 몰려든다.

하지만 절경의 이면 곳곳에는 ‘지뢰’가 숨어 있다. 코스가 무척 까다로운 것. 좁은 페어웨이와 억세고 긴 러프, 유리판 같이 빠른 그린이 곳곳에 널려 있다. 여기에 태평양에서 최고시속 50㎞에 이르는 변화무쌍한 해풍까지 불어닥치면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US오픈은 1972년 처음 유치된 뒤 10년 주기로 82년과 92년에 벌어졌다. 따라서 21세기 첫 대회는 2002년에 개최되는 게 원칙이나 100회를 맞는 뜻깊은 해를 맞아 2년 앞당겨 최고 명문코스를 찾았다.

올해는 코스를 더욱 어렵게 조성, 섣부른 도전을 불허하고 있다. 러프를 10㎝까지 길러 샷이 조금만 삐끗하면 공을 찾기 위해 풀밭을 쑤시고 다녀야 한다. 가뜩이나 주먹만한 그린은 스피드가 빨라졌고 더 딱딱해졌다.

파3의 7번홀은 악명을 떨칠 게 분명하다. 티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거리는 불과 106야드. 짧다고 얕보다가는 큰코다친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그린은 물보라가 튈 정도로 해안에 바짝 붙어있으며 벙커까지 널려 있어 티샷의 정확도가 중요하다.

파3의 17번홀(208야드)은 승부홀로 손색이 없다. 위아래로 길게 뻗은 그린의 중앙부는 개미허리처럼 잘록해 원온이 쉽지 않다.

잭 니클로스는 72년 대회때 1번 아이언으로 때린 티샷이 깃대에 맞고 홀컵 15㎝지점에 붙는 행운으로 버디를 낚으며 대세를 결정짓기도 했다. 또 82년 챔피언 톰 왓슨은 이 홀에서 2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벙커에 빠졌으나 5m짜리 칩샷을 버디로 연결, 대회 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샷으로 남아있다.

18번홀(파5·543야드)은 험난한 여정의 대미를 장식한다. 오르막 경사에 오른쪽으로 휘어진 도그레그홀로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도사리고 있다. 2온을 위해 무리하게 티샷을 바닷가쪽으로 날린다면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다.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