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부도위기' 朴중기협회장, 20억 대학기부 약속 물의

입력 | 2000-05-30 20:19:00


미주그룹 회장직을 맡고 박상희(朴相熙)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회사 부도 위기에 직면해 은행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 가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20억원을 건국대에 기부하겠다는 약정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30일 기협중앙회와 건국대에 따르면 박회장은 15일 건국대에서 열린 ‘새천년 기념관 준공기념 건국 발전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해 “20억원을 건국대에 후원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서에 서명했다.

박회장이 운영하는 미주그룹의 3개사는 경영난으로 지난해 5월 채권단과 워크아웃 협약을 맺고 지금까지 원금 상환 유예, 금리 완화, 출자 전환,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받고 있다.

박회장은 워크아웃 협약에 따라 자구 노력 차원에서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된 7억원 상당의 본인 소유 부동산을 사재 출연했으나 이번 약정액은 이를 웃도는 수준이다.

미주그룹 채권단 관계자들은 박회장의 서명에 대해 “자금난을 겪으며 채권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이 어디에서 돈을 구해 대학 발전 기금을 내겠다는 것이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박회장이 올 3월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기협중앙회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발전기금 출연 약정도 이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기협중앙회의 이성희홍보실장은 30일 “박회장이 한꺼번에 발전 기금을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잘될 경우 조금씩 내겠다는 의미”라며 “능력이 안되면 못 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건국대 관계자들은 “지난해 5월에는 박회장이 학교의 발전 기금 요청에 대해 회사의 자금 사정을 들어 기부금을 내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가 올해 여당 의원이 된 뒤에는 모습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