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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명예총재 입다물고 골프만 치는 까닭은?

입력 | 2000-05-24 19:47:00


제주 롯데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24일에도 측근들과 골프를 쳤다. 이한동(李漢東)총재의 국무총리 행(行)을 둘러싼 최근의 복잡한 심사를 달래려는 듯 골프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JP는 휴가중 면도를 전혀 하지 않아 얼굴엔 허연 수염이 더부룩하게 자랐다. ‘4·13’총선 참패 이후 서울 신당동 자택에 칩거하며 잠옷차림으로 당직자들을 맞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다.

간혹 기자들과 마주칠 때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한 측근은 “그저 세상사에 무심하고 싶어질 때가 있지 않겠느냐”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JP로서도 요즘 정국에 무심할 수만은 없다. JP의 ‘함구령’ 탓인지 측근들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이들을 통해 간간이 흘러나오는 JP의 심경은 착잡함과 노여움뿐인 듯하다.

특히 JP는 민주당과의 공조복원과 관련한 ‘식언’ ‘표변’ 등에 대한 비판론 일색의 언론보도에 대해 매우 언짢은 기색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이총리서리의 ‘거침없는 언행’에 대해서도 매우 떨떠름해 하고 있다는 것. 한 측근은 “이총리서리가 ‘각료 추천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는 발언을 보고받고 JP는 ‘무슨, 벌써…’라며 일순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지더라.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는데 이총리서리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측근은 “JP가 총리추천에 ‘묵시적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총리서리가 워낙 총리를 하고싶어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물론 다른 계산도 있었겠지만 이총리서리의 총리직 희망이 JP의 ‘묵시적 동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P는 앞으로 민주당과의 공조관계, 자민련의 지도체제 등 당장 풀어야 할 현안들을 앞두고 있다.

그는 25일 오후 4박5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귀경,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열리는 자민련 16대국회 당선자 연찬회에 참석한다. 그가 이 자리에서 ‘제주 구상’의 일단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