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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LG화재 '이상한 투자법'…하나로통신株 집중 매집

입력 | 2000-04-17 19:40:00


LG화재가 하나로통신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집하면서 IMT-2000 서비스 사업자 선정을 앞둔 짝짓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증시에서는 시장점유율 경쟁의 최대변수인 한솔엠닷컴이 한국통신 컨소시엄으로 붙고 LG그룹은 대신 하나로통신을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 현대 SK 등 하나로통신 대주주와 정부가 LG의 인수를 허락할지 여부는 미지수.

▼하나로통신株 사재기 운용자금 3분의1 퍼부어▼

▽LG화재, 하나로통신 지분 매집〓지난해 11월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LG화재는 3월말부터 하나로통신 주식을 700만주 이상 매집하고 있다. 인수대금은 무려 1100억원이 넘는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LG화재가 700∼800만주를 사들여 지분율이 약 3%로 높아졌지만 5% 이상 대주주는 아니어서 보고의무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LG그룹은 △데이콤 8.23% △LG전자 2.50% △LG텔레콤 2.25% △LG정보통신 2.16% 등 15.14% 지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LG화재 지분이 우호세력으로 가담할 경우 LG지분율은 18%를 넘어 삼성(9.89%) 현대(8.74%) SK(8.03%) 등을 크게 앞지르게 된다.

이에따라 IMT-2000 사업자구도는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한국통신-한통프리텔-한솔엠닷컴 데이콤-LG텔레콤-하나로통신 구도로 짜여질 가능성이 커졌다.

▽‘몰빵투자’〓LG화재의 3월말 현재 총운용주식은 장부가기준으로 3400억원. 이중 1100억원이 하나로통신 주식이어서 운용자금의 3분의 1을 한종목에 투자한 것. 위험관리와 분산투자를 중시하는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로 보기에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한달새 300억원 손해…업계 "상식 벗어난 투자"▼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기관투자가가 총투자원금의 3분의 1을 한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삼성전자 SK텔레콤 같은 초우량주도 펀드자산의 10%를 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하나로통신 인수’를 위한 지분매집 이외에는 설명이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대해 LG화재는 “워버그딜론리드(WDR) 등 외국계증권사와 현대증권에서 저평가우량주로 추천해 매입한 것”이라며 “투자목적 이외의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IMT2000 사업자놓고 '모종의 작전 진행' 해석▼

▽엄청난 손해〓LG화재가 매집에 나선 지난 3월21일 하나로통신주가는 1만7000원대였으나 14일에는 1만1700원대로 떨어졌다. 한달도 안돼 약 300억원을 손해본 셈.

증권전문가들은 하나로통신이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망설치비용이 1조∼2조원에 달해 당분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주가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LG화재는 지난해에도 부실생명보험사인 한성생명에 5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수익극대화와는 거리가 먼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따른 투자자들의 실망매물로 LG화재 주가는 지난해 7월 1만3900원까지 올라갔다가 14일 2700원대로 폭락했다.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