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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통영현대음악제2000]'윤이상 난곡' 완벽 소화

입력 | 2000-02-23 19:12:00


60년대, 음악학자 에버렛 헬름은 “3백만명이 사는 로마시에서 현대음악 연주가 열리면 관객이 5백명을 넘기기 어렵다”며 현대음악이 청중에게 소외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18∼20일 경남 통영시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통영현대음악제 2000’에서 청중은 1000석의 대강당을 매번 가득 채웠다.

독일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와 같은 국제음악제를 목표로 출발한 통영현대음악제의 출발은 일단 순조로워 보인다. 음악회와 세미나 워크숍 등 각 단위행사별 청중동원에 성공했고 연주 및 발표수준, 행사 진행에도 무리가 없었다.

행사의 ‘미래지향 개념’은 음악제의 앞날을 희망적으로 보이게 했다. 행사 주최자인 국제윤이상협회 한국사무국은 “앞으로 연주 프로그램을 통해 서구의 최신 작곡계 동향과 신곡을 소개하는 한편 세미나 등을 통해 윤이상의 생애와 작품을 매년 심층 조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작곡학도를 포함한 전문연구자들을 매년 통영으로 유인할 수 있는 조치로 보인다. 세계 작곡계가 현재 윤이상 생전의 음렬적 모더니즘 일색에서 벗어나 ‘양식다원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통영현대음악제가 세계 최신 조류를 가장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자리로 자리매김 된다면 여러 모로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행사 진행에서 지역 문화계의 참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난해’하기로 이름난 윤이상 곡의 연주 감상을 제외하고 통영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올 음악제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지난해 행사에서는 윤이상곡 교가자랑 등을 통해 통영시민들의 뇌리에 윤이상이 깊이 인식되는 계기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이런 시도가 없었다. 외국인 관객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의외였다.

18일 윤이상의 관현악곡을 연주한 창원시립교향악단은 각고의 흔적이 역력히 묻어나는 민활한 연주로 ‘지방악단이 윤이상의 난곡을…’이라는 일부의 염려를 말끔히 해소해 주었다. 이틀간에 걸쳐 플루트 협주곡, 연습곡 등 네 곡을 소화해낸 독일 플루트 주자 마톤 베그는 트레몰로와 취구(吹口)를 막는 텅잉(tunging) 등 다양한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보여줘 단연 돋보였다.

‘피아노를 위한 다섯개의 소품’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최희연(서울대 교수)의 단단한 음색과 물흐르는 듯한 설계도 돋보였다. 그러나 헌정곡 연주회에서 연주된 일부 국내외 작곡가의 작품들은 도식화된 상상력에 머물러 호응을 얻지 못했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