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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이래서 강하다]존경받는 기업인

입력 | 2000-01-20 19:38:00


새해 들어 미국은 두 스티브로 떠들썩했다.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41)과 애플 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회장(45)이다.

1월24일자 미국의 3대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모두 케이스 회장의 사진이나 그가 제럴드 레빈 타임워너 회장을 끌어안는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그동안 미국이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과거와 다른 ‘신(新)경제’를 구축했는지에 관한 논쟁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그러나 타임워너가 AOL에 인수된 것처럼 ‘구(舊)경제’가 신경제를 인정하고 그 안에 편입되기를 희망한 극적인 사건은 일찍이 없었다.

케이스 회장 개인에게는 더 극적이었다. 윌리엄스대를 졸업한 그가 1980년 처음으로 구직원서를 냈다가 퇴짜를 맞은 곳이 영화전문 케이블 채널 HBO였다. 당시 HBO의 사장이 레빈이었다. 자신을 거부한 사람이 회장으로 있는 세계 최대 종합미디어 그룹을 20년후에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그러나 경제전문지 포천은 같은 1월24일자에 케이스 회장 대신 애플 컴퓨터의 잡스 회장을 표지인물로 선정했다. 지난주 잡스 회장은 회장 직함 앞에 붙어다니던 ‘임시(interim)’자를 떼겠다고 선언했다. 경제전문지의 관점에서는 기업인으로서 잡스의 부활이 더 큰 뉴스였는지도 모른다.

잡스가 ‘임시’자를 떼겠다는 뜻은 당분간 애플을 떠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1976년 잡스가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만든 회사다. 당시에는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를 보급한 정보화시대의 역사적 선구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용 컴퓨터만 만들다 뒤늦게 PC시장에 뛰어든 IBM과 IBM PC에 DOS운영체제를 제공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협공에 밀려 매킨토시 기종이 실패하자 잡스는 85년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그후 절치부심한 잡스는 디지털 애니매이션 스튜디오를 인수, 만화영화 ‘토이스토리’를 히트시켰다. 새로운 PC 운영체제를 개발, NeXT라는 새 소프트웨어 회사도 설립했다.

그러다 1996년 NeXT를 4억3000만달러에 애플에 판 것을 계기로 애플에 발을 들여놨고 97년 여름 주주들은 경영난을 겪는 애플의 지휘봉을 그에게 다시 맡겼다. 그리고 2년반만에 애플 주식은 주당 20달러에서 100달러로 뛰었다. 경영이 완전정상화됐음은 물론이다.

포천이 잡스에게 표지기사를 할애한 것은 그가 이번에 선보인 Mac OS X 컴퓨터 때문이다.

이 PC는 현재 윈도로 PC운영체제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MS의 아성을 깰 만한 위력적인 무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 접속이나 홈페이지 개설, 비디오 편집기능까지 골고루 갖춰 PC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동시에 뒤흔들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잡스의 라이벌인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반독점 소송으로 불리해진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두 사람의 운명이 역전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미국 경제의 꽃은 역시 기업인들이다. 경제적 역동성의 원천이며 역사를 바꾸는 주역이다. 지난해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이 세계 최대 인터넷 소매점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36)이었던 것이 하나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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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tack@donga.com

▼그린스펀 美경제 연착륙 시킬까▼

요즘 미국에는 빌 게이츠냐, 앨런 그린스펀이냐 하는 논쟁이 있다.

사상 최장기호황이 마이크로소프트(MS)사 게이츠 회장으로 상징되는 정보기술(IT)의 높은 생산성 덕분이냐,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나지 않도록 금리정책을 펴온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의 덕분이냐 하는 논란이다.

누구의 공이 더 크냐와 별도로 고성장을 거품으로 폭발시키지 않고 연착륙시켜야 할 책임은 그린스펀의 몫이다. 특히 기술주를 중심으로 ‘비이성적’으로 치솟은 주가의 폭락을 막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기회복으로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연착륙을 위한 외부환경도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비관론보다 낙관론이 더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그린스펀에 대한 신뢰다. 그의 존재 자체가 미국 경제안정의 중심추처럼 돼 있다. 공화당 대통령 예비후보 존 매케인은 그린스펀이 죽어도 그가 살아있는 것처럼 검은 안경을 씌워 FRB의장 자리에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런스펀도 미국 경제를 낙관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개인소득 증가분보다 주식상승분이 더 큰데서 오는 자산효과가 그동안 소비붐과 고성장을 촉발시켜왔으나 최근 들어 그 격차가 줄면서 소비가 진정될 조짐을 보인다는 것. 게다가 주택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그린스펀을 안심시키는 요인이다. 그런데도 다음달 1, 2일 열리는 FRB 공개시장위원회는 연 0.25% 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가안정에 대한 그린스펀의 의지 때문이다. 금융정책 책임자가 국민의 전폭적 신뢰를 받는 것도 미국경제의 축복이다.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