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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眼의 교수, 한국 뮤지컬 '환타스틱스'서 폭소연기

입력 | 2000-01-12 20:03:00


“표정 연기만큼은 어느 배우보다 자신있어요. 몸의 언어는 영어보다 더 보편적이지 않겠어요?”

강의시간에 최신 유행어를 섞은 재미있는 제스처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서대 영문학과의 미국인 아이삭 더스트 교수(34). 학교에서의 별명이 ‘짐 캐리’인 그가 이번 겨울방학에 아예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2월27일까지 서울 동숭동 열린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환타스틱스’에서 할리우드 엑스트라 배우 ‘머티머’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환타스틱스’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그는 ‘납치극’을 벌이는 엑스트라 배우로 출연해 능청스럽게 ‘죽는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웃기고 있다.

그가 연극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7월. 우연히 공옥진여사의 공연을 보고 ‘원숭이 춤’을 가르쳐달라며 공씨를 찾아갔다. 공씨의 추천으로 이번 연극에도 출연하게 됐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배울 때는 체면과 눈치를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하죠. 연기의 기초부터 잘 배워 ‘로버트 할리’의 인기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연습 도중 발목을 다친 그는 요즘 붕대를 칭칭감고 무대에 선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액땜이죠”라며 웃어넘긴다.

그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한국인 외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UC버클리대를 졸업한 그는 연세대 어학당과 동아시아대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복스러운’ 한국인 여성과도 결혼했다. 연기의 기초부터 철저히 배워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인 이한우와 로버트 할리의 인기를 능가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평일 7시반, 토일 4시 7시반. 1만5000∼2만원. 02-743-6474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