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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훈/Y2K '본전' 따질땐가

입력 | 2000-01-05 09:03:00


Y2K문제가 별탈 없이 지나가자 일부에서는 그동안 Y2K문제 해결에 쏟아 부은 천문학적인 돈과 노력에 대해 '본전'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정부가 원자력 국방 의료 금융 등 13대 중점과제를 설정하고 Y2K문제 해결을 위해 쏟아 모은 돈은 약 1조 2000억원. 미국도 Y2K 대처비용으로 무려 1500억∼2250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많은 돈을 들였지만 막상 결과는 싱겁게 끝난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그동안 Y2K 때문에 고생해 온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다. 인류 역사상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컴퓨터 기계 문명의 피해, 그 사소한 오류가 몰고 올 거대한 재앙을 별 사고 없이 막아냈다는 안도감에 앞서 "왜 헛돈을 썼느냐"는 질책이 야속하기만 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기업과 정부는 Y2K가 일으킬 수 있는 재난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반복해서 시뮬레이션 시험을 통해 검증을 했다. 새천년 벽두에는 기업체 총수부터 말단 전산직원에 이르기까지 수십만명의 관계자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러나 홍수에 대비해 댐을 만들고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홍수가 터지지 않았다고 해서 무의미한 투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이번 Y2K 소동(?)은 비록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들긴 했지만 컴퓨터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정보화 마인드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했다. 컴퓨터 오작동으로 한겨울에 난방이 끊기고 비디오 가게 연체료가 착오를 일으켜 800만원이나 나올 수 있다는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컴퓨터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미약한 인류, 그 인류가 앞으로 인터넷과 정보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 이번 Y2K 소동에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이훈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