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지은 업(業)이 많아 업보를 씻으러 떠난다.”
지난달 22일 퇴임한 감사원의 신상두(申相斗)전감사위원이 퇴임 직후 홀연히 ‘속세를 떠나’ 산골 암자에 홀로 칩거하며 참선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신전위원은 퇴임 다음날 서울 양재동의 한 절에서 수계식(受戒式·불가의 계율을 받는 의식)을 가진 뒤 곧바로 경남 함안 인근의 암자에 들어가 독거(獨居)하고 있다. 감사원 불자회 소속의 한 감사관은 “그분은 평소 가까웠던 일부 사람에게 ‘3년 뒤에 보자’면서 위치도 정확히 알리지 않은 채 떠났다”고 전했다.
65년 군법무관으로 시작, 창원지검장까지 30년간 검사생활을 한 그는 95년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사에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성격도 괄괄한데다가 술이라면 적수가 없을 정도로 두주불사형. 이런 ‘만년검사’의 풍모 때문에 직원들은 그의 퇴임 후 변호사개업을 당연시해왔다.
하지만 그는 평소 화엄경 반야심경 등 불경을 끼고 살다시피하며 ‘현실의 법’보다 ‘불법(佛法)’을 가까이해온 불자였다. 그는 퇴임 몇달 전부터 좋아하던 술도 끊고 고기는 물론 맵고 짠 음식을 삼가며 생식(生食)을 하는 등 조용히 ‘암자행’을 준비했다고.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