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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미스터]백화점 '문화강좌' 고급-전문화 바람

입력 | 1999-11-14 18:50:00


11일 오후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문화센터. ‘엄마랑 노래와 율동’강의실에서는 주부와 2∼4세 유아 30여명이 “보라빛 고운빛 우리집 문패꽃…”노래에 맞춰 몸을 놀리고 있다.

주부 강승영씨(28·마포구 도화동)는 “본근이(2)가 어려 유치원에 보낼 수도 없고, 하루종일 엄마랑 놀 수만도 없어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며 “겨울학기부터는 ‘전래놀이 동요교실’를 수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의 강좌가 고급화 전문화하고 있다. 단순한 여가활용차원이 아니다. 겨울학기 개강을 앞두고 신규회원을 모집하는 이들 강좌를 살펴보면 투자 및 정보통신, 영재교육 등 고급정보 제공이 대부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직후 인기를 끌었던 ‘돈벌이’강좌도 ‘연말 재테크 마무리’ ‘부동산전망’ ‘증권투자법’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요리강좌 역시 예전의 한식 일식 중식 수준에서 벗어나 이탈리아요리 프랑스요리 초밥요리 국수요리 쌀요리 퓨전샐러드 북경요리순례 등 가지각색이다.

컴퓨터와 외국어는 새 시대에 적응하려는 주부들을 위한 인기강좌. 자녀교육강좌에서는 줄리어드 유리드믹스 음악교실, 칼비테영재교육, 아마데우스클래스 음악교실, 오르다영재교육, 전뇌학습, 우뇌향상 EQ교실, 뫼비우스사고력교실 등이 인기다.

여유있는 층에서는 겨울포구에서 금강산 유람선상 학술포럼이나 인도기행, 브로드웨이 뮤지컬기행, 유럽미술관순례까지 국내외 곳곳의 명소와 유적을 찾아다닌다. 강사 역시 유홍준(영남대교수) 윤호진(뮤지컬 ‘명성황후’ 연출가) 오숙희(여성학자) 서정범씨(경희대명예교수) 등 수준급인 경우도 많다.

여러 문화센터에서 ‘노래부르기’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강사 배주연씨(25)는 “주부들이 그냥 시간때우기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거나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한다”며 “백화점측에서도 인기없는 강좌는 곧바로 폐강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백화점들이 주부들의 ‘배우기 열풍’을 이용해 장삿속을 채운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대학동창과 함께 수강하고 있다는 박성희씨(30·서초구 잠원동)는 “확실히 백화점을 들락거리다보니 쇼핑을 자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업주부의 갈등요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여성개발원 김영란연구원은 “많은 주부들이 문화센터 수강이나 학부모회 참가를 사회활동으로 생각한다”면서 “집안에서 자신의 욕구를 삭이는 것보다 건강하게 밖으로 표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