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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통령-싱가포르 리콴유前총리 대담]

입력 | 1999-10-22 23:09: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자문단의 일원으로 방한중인 리콴유(李光耀) 전싱가포르총리와 1시간 반 동안 남북문제 동북아안보 세계평화 등에 대한 ‘격조높은’ 대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토론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특히 김대통령이 리전총리에게 국정운영을 위해 자문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대화록요지.

▽김대통령〓한반도문제에 대해 객관적 입장에서 얘기해 달라.

▽리콴유〓북한과의 교류는 리스크(위험부담)를 질 수밖에 없다. 교류가 확대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김대통령〓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동아시아에 미칠 영향을 중시하는데 어떻게 보는가.

▽리콴유〓미중관계는 향후 50년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가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는 데 30∼5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 그동안은 충돌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대만인데 민족적 정서적 ‘체면’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대만문제가 제기되면 위험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김대통령〓11월에 마닐라에서 회의가 있는데 이제는 동남아 동북아의 구분없이 동아시아협력체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리콴유〓그런 추세다.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김대통령이 동티모르파병을 결정했을 때 훌륭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김대통령〓미국은 일본을 방위하지만 한편으로는 견제도 하는데….

▽리콴유〓기본적으로 일본이 미국의 군사보호를 받고 있는 한 큰 걱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핵우산이 없어지면 일본은 잠자코 있지 않을 것이다.

▽김대통령〓한반도와 동북아평화를 위해 미일중러와 남북한에다 동남아국가까지 참여하는 동아시아협력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리콴유〓러시아는 제외해야 한다. 러시아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옐친은 문제가 없으나 러시아 민족주의 리더가 나타나면 위험할 수도 있고 무기지원 등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카드를 갖고 미국에 대해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