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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읽기]연기 물오른 미남 탤런트 차승원

입력 | 1999-08-22 19:00:00


“저 유부남 섹시스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요즘 3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MBC 주말극 ‘장미와 콩나물’에서 별 야심없이 아버지의 꽃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규대 역의 차승원(28)을 지켜본 KBS 드라마PD의 말.

“군살 하나없는 미끈한 몸매와 180㎝를 훌쩍 넘는 ‘허우대’가 워낙 눈에 띄어서인지 연기력은 정말 ‘꽝’이었거든요. 그래서 대개 배역도 무스 바른 머리에 외제 수트 차림의 재벌2세였던거고…. 그런데 어떻게 배역을 바꿔놨다고 저런 자연스런 연기가 나오느냐, 이거죠.”

하지만 그간 생활인으로서 차승원이 보여준 모습을 떠올린다면 ‘장미와…’에서의 연기를 단지 ‘쥐어 짠’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데뷔직후 네 살 연상의 부인(이수진씨)이 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든지 △그래서 가족이 최우선이고 ‘동생같은’ 아들 노아(10) 얘기를 밥먹듯이 한다든지…. 물론 그런 차승원의 모습에 “어차피 알려질 사실인데, 인기를 노린 포석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에서 수트는 커녕 면바지와 헐렁한 티셔츠 차림에 머리는 아무렇게나 앞으로 빗어내린 그에게 방송가는 “운도 좋고 민첩하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차승원은 “사실 ‘왕자 컴플렉스’에 적잖게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를 잘아는 MBC의 한 오락PD는 “차인표와 비슷한 길을 갈 뻔했지만 적절한 시기에 비껴갔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94년) 이후 깎은 듯한 외모 때문에 몸에 맞지도 않고 팬들이 금방 질려버리는 ‘테리우스’ 이미지를 3년 이상 달고다니다 슬럼프까지 겪었던 차인표. 차승원도 자칫 몸과 얼굴로만 승부하는 미남스타 중 하나로 ‘부유(浮遊)’할 뻔했다는 얘기다.

차승원은 그동안 공개석상에 드러내기는 꺼렸던 부인과 함께 최근 토크쇼에 출연했다. “아내가 지난 6월 내놓은 ‘연하남자 데리고 아옹다옹 살아가기’라는 책이 출연계기가 되긴 했지만 ‘장미와…’에서의 이미지를 놓치기 싫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차승원은 솔직하게 말한다. 차승원이 이 시점에서 강조한 좌우명은 ‘안일한 굴복보다 분투하다 쓰러지자’. 그는 “지금은 출연 중인 CF 편수가 헷갈릴 정도로 바쁘지만 사실 10년간 모델로 일하면서 6년간은 푸대접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가 ‘장미와…’ 이후 그의 외모에만 눈독들이는 방송가의 ‘관행’을 극복하고 ‘잘 생겼으면서도 따뜻한 남자’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끌고갈 지 지켜볼 일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