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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적 자금 국민부담 어디까지

입력 | 1999-08-12 18:23:00


금융기관들은 ‘혈세 퍼마시는 하마’인가. 기업부실 및 금융기관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에 기인하는 금융부실이 끊임없이 확대돼 이의 해결을 위한 공공자금 추가소요가 급증하고 있다. 작년에 성업공사와 예금보험공사의 공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공적 자금 64조원 이외에 얼마나 더 필요할지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7월말까지 각 금융기관에 51조원이 이미 지원됐지만 이들의 자산구조와 수익구조가 크게 좋아지는 조짐도 없으니 한심하다.

기존의 64조원만 하더라도 공채발행 이자가 올해까지 7조원, 내년부터 2004년까지 해마다 2조∼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거기다가 정부의 낙관적 계산대로 원금의 90%가 회수되더라도 6조원 이상의 원금은 날리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수십조원에 이르는 이자와 원금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원금 회수율이 정부의 탁상 산술에 훨씬 못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발행한 공채의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채권을 발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재정경제부는 64조원중 쓰지 않은 13조원과 부실채권을 되파는 등으로 회수한 11조원을 합쳐 24조원의 여유가 있다며 공적 자금이 더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4조원 이외에 10조원 이상의 추가소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재경부는 올해말까지 투입해야 할 공적 자금이 20조원 정도라고 추산하는가 하면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25조원 가량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몇 조원이 아이스크림 값인가. 올해 추가소요 예상의 차이가 대우그룹 부실처리과정의 공적 자금 활용여부와 관계가 있다면 정부는 이에 대한 입장부터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

설혹 64조원 안에서 올해는 간신히 넘긴다 해도 내년부터 공적 자금 부족사태가 생길 가능성도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신사 구조조정과 매각되는 은행 생보사 등의 추가부실 보전 등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소요를 감안할 때 20조원까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공적 자금 투입이라는 ‘손쉬운 방법’에 매달릴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쏟아부은 자금에 대해서도 그 적정성과 효율성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감사원도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 일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공적 자금이 잘못 쓰인 부분이 있다면 철저히 가려 정부와 해당 금융기관의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할 것이다. 또 정책당국은 공적 자금의 국민부담이 얼마가 될지 확실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백성만 불쌍하다’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다.